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말만 요란한 반쪽法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말만 요란한 반쪽法
  • 김홍민 기자
  • 승인 2017.08.28 20:04
  • 댓글 0
  • 전자신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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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개·고양이 대상
무자격자 진료행위 규제 시행

가정내 사육 동물 단속방법 전무
규제 백신 동물약품 유통업체서
손쉽게 구매가능 실정 반영안돼

농축산부 “민원·내부고발 의존”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물 자가 진료 단절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규제에 따른 단속 방법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법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무분별한 자가 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동물 학대를 예방하고자 지난해 9월 농식품부가 무자격자의 동물 진료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동물 자가 진료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자가 진료가 가능한 동물은 소나 돼지·닭·오리·말·토끼 등 21개 축종으로 제한됐으며, 그동안 자가 진료가 가능했던 개와 고양이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국내 반려동물 인구 중 절대다수가 개 또는 고양이를 가정에서 사육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단속 방법이 전무한데다가 무자격자에게 약품을 유통하는 동물약품 판매업자 등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번 법 개정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농식품부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이에 대해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가 의료법 사례와 해외 사례 등 법률적 검토를 거쳐 마련한 사례집에 따라 ‘백신 등 예방 목적의 동물 약품을 투약하는 행위’나 ‘수의사의 진료 후 처방과 지도에 따라 이뤄지는 투약 행위’ 등 사회 상규상 인정되는 수준의 자가 진료 행위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용 의약품으로 널리 알려진 종합백신(DHPPL)의 구입을 위해 도내 20여 곳에 달하는 동물약품 유통 업체에 문의해본 결과 모든 업체에서 약품은 물론 백신 투약에 필요한 주사기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시민 이모(30·의정부)씨는 “식용견 농장은 물론 가정에서의 자가 진료를 어떻게 단속할지 의문스럽고, 동물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동물병원에서 투약하라는 논리밖에 안 된다”며 “제대로 된 규제라면 무자격자에 대한 약품 판매를 근본적으로 규제해야지, 주사기 투약 행위가 위험한 것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다를 바 없는데 백신만 규제하는 것은 또 무슨 논리냐”고 지적했다.

도내 한 동물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법 개정한답시고 요란만 하지 실상을 들여다보면 엉뚱한 내용들 투성”이라며 “평상시와 같이 약품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것은 물론 자가 투약하는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변화를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마땅하지만 실효적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의사법 개정과 함께 약사법 등 관련 법 개정이 단계적으로 시행돼 향후 법리적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며 현재 시점의 단속은 민원이나 내부 고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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