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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숨결 품은 성벽길 걷다보면 유럽 중세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테마여행가가 들려주는 프랑스
카르카손 성벽도시(Carcassonne)

 

 

카르카손 부인의 전설
3㎞ 성벽·52개 망류 간접조명 야경 환상적
752년 요새 합병… 카르카손 부인 전설 시작

요새도시의 전설
12세기 전성기 체계적 건설… 콩탈성 등 구축
금욕생활 순수파 ‘까따흐’ 랑그독 교세 넒혀가

생 나제르 성당
교황 우르바노 2세 축성… 로마네스크 양식
버팀벽 ‘플라잉버트레스’ 없어 측량이 좁기도


 

 

 

카르카손은 프랑스의 남부 랑그독 지방에 있는 관광·상업도시다. 중세요새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 남아있는 이곳은 성을 둘러싼 거대한 방어벽, 꾸불꾸불한 거리, 고딕 성당 등이 온전히 보존돼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후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으며 명소로 자리잡았다.

로마 시대에 사용됐던 방어 시설 위에 지어진 카르카손은 13세기 알비 전쟁에 패해 십자군에 항복해 도시의 많은 부분이 훼손 됐지만, 3㎞ 길이의 성벽에 52개의 망루를 간접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며 환상적인 야경을 자랑한다.

카르카손은 대서양과 지중해를 오가는 여러 군데의 오래된 무역 루트 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고대 때부터 그 중요성이 인정돼 성곽시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BC2세기경 ‘로마정복기(Gallo-romains)’에 이 곳에 병영이 존재했다는 것이 고고학자들의 발굴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서유럽의 맹주이던 로마가 476년 게르만 족에게 붕괴되면서, 각 지방의 힘있는 부족이 우후죽순 생겼고, 각각의 부족은 독립을 외쳤다.

5세기 중엽 ‘서고트(Wisigoths)’ 족이 랑그독 지방을 점령해 내부 성벽을 485년에 건설했고 508년 ‘프랑크(Francs)’ 족에게 이 요새를 잠깐 동안 점령당했지만 탈환해 713년까지 지키게 된다.

전 유럽을 장악하기 시작한 이슬람 세력에게 725년에 점령돼 이슬람의 지배를 받다가 메로뱅 왕조의 궁재를 지내던 샤흘 마흐텔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에게 쁘와띠에 전투에서 격파당하면서, 서서히 유럽 땅에서 이슬람 세력이 밀려나기 시작해 우리가 잘 아는 알람브라 궁전을 끝으로 유럽 땅을 떠난다.
 

 

 


도시 이름의 유래는 카롤링거 왕조를 세운 프랑크 족의 페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752년 이 요새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카르카손 부인의 전설에서 시작된다.



■ 카르카손 부인의 전설

전설에 따르면 유럽 최초의 대제인 샤흘르마뉴의 군대가 이 성을 함락시키고자 이 요새를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는 고사시키는 작전을 펼쳤다.

6년 차에 접어들면서 요새 안에는 고갈된 물과 식량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전쟁으로 과부가 된 ‘사라센(Sarrasins)’ 족의 ‘카르카(Carcas)’ 공주가 요새 안에 있는 모든 먹을 거리를 수색해 마지막 남은 돼지 한 마리와 보리 한 자루를 찾아낸다.

공주가 꾀를 내 유일하게 남은 돼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보리를 잔뜩 먹여서 요새의 높은 곳에서 적의 진영에 던졌는데 떨어져 죽은 돼지의 뱃속에 보리가 가득한 것을 본 샤흘르마뉴 대제는 돼지에게 곡식을 먹일 정도로 요새에 식량이 풍부해 도저히 함락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했다.

적이 물러나는 것을 본 공주가 승리를 자축하며 도시의 모든 종들을 울리게 하는데, 적의 한 병사가 종소리를 들으면서 “카르카 공주가 울리는군 (Carcas sonne)”이라고 외친 것이 이 요새 이름이 됐다고 전해진다. 공주의 이름 ‘카르카’와 울리다는 뜻의 ‘손(sonne)’이 더해져 ‘카르카손’이 됐다.



■ 요새도시의 건설

12세기 전성기에 성을 체계적으로 건설했으며 고딕 양식의 유리창으로 유명한 ‘생 나제르 성당(Saint Nazaire)’과 요새 속의 요새라고 불리는 ‘콩탈성 Chateau Comtal’도 그 시기에 지어졌다. 중세시대에는 프랑스 남부 지역의 맹주 ‘트헝까벨(Trencavel)’ 가문의 통치아래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세속화되고 극도로 부폐한 로마교황청을 비판하며, 세속적인 생활을 버리고 비폭력과 채식, 금욕생활을 추구하는 순수파 ‘까따흐(Cathare)’가 11-12세기에 랑그독 지방에서 급속도로 교세를 넓혀간다.

교황청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것이다.

영토확장을 꿈꾸는 프랑스 왕과 교황청이 손을 맞잡고, 1208년 교황청이 까따흐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는데, 전략적 위치로 종교적 대립의 중심지가 된 이 곳에서 산채로 화형에 처하는 마녀사냥이 자행됐다.

1244년 최후까지 저항한 까따흐파의 225명 신자가 몽세귀(Montsegur)에서 모두 몰살당하면서 랑그독 지방의 종교전쟁은 끝을 맺는다.

정치와 종교가 결탁해 악행을 저지른 셈이다.

교황청의 묵인아래 1226년 프랑스 왕령으로 병합됐고, 스페인이 합쳐지기 전 아라공(Aragon)과의 국경수비에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잡으며 현재와 같은 성곽의 모습을 갖춘다.

원수처럼 전쟁을 하던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1659년 맺어진 피레네 평화조약으로 루이 14세와 스페인 왕녀가 결혼하면서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국경이 피레네 산맥 쪽으로 이동되면서 지리적 중요성을 잃고 급속히 퇴락하며 폐허상태로 방치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필립 Louis Philippe’(1830-1848 재위)의 명령으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Notre Dame de paris’을 복원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 ‘비올레 르 뒥 Viollet-le- Duc’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본래 대로의 모습으로 복원하지 않고 건축가가 임의대로 변형해 문제시 되기도 했다.


 

 

 


■ 생 나제르 성당

성당은 본래 까롱링 왕조가 세웠던 자리에 모두 허물고, 십자군 정쟁을 시작한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축성을 받으며 1096년 6월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설된다. 1269년부터 고딕양식으로 증축하기 시작해 1330년대에 완성한다.

생 나제르 성자에게 봉헌된 성당은 반원형 아치 천장으로 덮인 중앙의 본당과 2개의 좁은 측랑으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의 고딕 양식의 교회건물과는 다르게, 버팀벽 ‘플라잉버트레스(flying buttress)’가 없어서 내부의 아치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측랑이 좁다.

이곳에 있는 조각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3세기 호디에 주교의 무덤이며, 익랑과 측랑의 창문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13-15세기의 작품이다.



■ 꽁탈 성

1130년에 트렁까벨 백작의 성이 성벽의 서쪽에 세워진다. 1226년 그 주위에 직사각형의 요새를 보강하면서 성벽을 세우는 동시에 외부 방어벽을 건설해 마을을 새로 왕의 영지에 포함시켰고, 이곳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

꽁탈성을 에워싸는 성벽에는 총 9개의 망루가 있는데, 사각형으로 세워진 ‘뺑트(Pinte)’ 망루와 예배당 망루는 위지고트 시대에 세워진 것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외곽 성벽의 가장 험준한 벼랑 끝에 이중으로 성벽을 쌓고, 물을 채워서 적의 진입을 막던 해자로 둘러싸인 요새 중의 요새였으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리=민경화기자 mkh@



>>테마여행가 안완기는…

한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1992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의 건축을 공부했으며, 특히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에 빠져 들게 됐다.

그는 이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감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보면서 프랑스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는 정직하고도 건강한 여행문화를 꿈꿨다.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홈페이지(www.algogaza.com)를 제작, 운영해 유용한 프랑스 여행관련 정보 및 자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약력>

- 1986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 1992년 프랑스 유학

- 1995년 Strasbourg 건축학교 수학

- 1998년 Val-de-Marne Paris 건축학교 수학

- 2002년 프랑스 테마여행 전문 가이드

- 2006년 ‘알고가자 프랑스’ 테마여행사 운영

- 2014년 ㈜OECD 대표부 대외협력부 근무

- 2014년 9월~ ‘알고가자’ VIP여행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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