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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시민주도, 축제의 터닝포인트

 

축제의 정의는 다양하다. 학자들은 축제를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한 의식·행위로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누대에 걸쳐 축적해 온 지역 고유문화를 정례적으로 표출하는 행사이며, 이를 통해 역사와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의상으로 본다면 축제의 주최 또는 주관자는 철저히 지역주민이 중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1천136개의 지역축제가 개최되었다. 약 190개에 불과했던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1995년 이후에 대부분 탄생하였다. 이에 대해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둔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단기간에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 자긍심 함양 등을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 정책수단’으로 지역축제를 도입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축제의 주최자가 민(民)에서 관(官) 중심으로 전환된 계기가 되며 현재 축제의 개최목적이 민간을 중심으로 한 지역문화의 전승과 창달보다는 관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 위주로 추진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관 위주보다 민간 위주의 축제가 많이 개최되고 있다.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축제는 일본의 마츠리다. 사전적 의미로 마츠리는 축제로 번역되며, 일반적으로 공적이면서 경사스러운 의례행사다. 신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하는 마음, 기원 등이 표면으로 나타난 의식이다. 본래 종교적 행위로 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하거나 축하나 선전 등을 위해 개최하는 집단적인 행사를 가리켜 ‘○○마츠리’라고도 한다.

마츠리는 두 개의 요소 혹은 국면으로 구성된다. 엄숙함과 경건함으로 이루어지는 소위 성적(聖的) 국면과 소란과 난장으로 이어지는 세속적(世俗的) 국면이다. 전자의 종교적 시설, 전통적 생활양식과 연중행사 등에 기초한 마츠리가 주종을 이루고는 있으나, 현재는 세속적인 성격을 가진 페스티벌 형태도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마츠리는 종교 또는 시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사(神社) 또는 사원(寺院)을 중심으로 소속 마을과 지역 집단에 의해 추진된다.

(형태와 구성은 다를 수 있지만)지역집단은 주로 교육위원회, 상공회의소, 관광협회, 상점가 진흥연합회 등으로 신사와 위원회를 구성하여 축제를 준비하고 개최한다. 축제의 재원은 정부의 지원보다는 민간의 스폰서쉽, 기부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종교와 신에 대한 독특한 믿음을 가진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마츠리는 지역공동체의 협심, 지역문화의 보존뿐만 아니라 이와 더불어 파생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라는 축제의 순기능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축제에도 작은 변화가 있다. 변화의 시도는 ‘시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수원시의 대표 축제인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다. 그동안의 관 주도에서 탈피하여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시민주도 축제로 과감히 전환하였다. 시민주도 축제를 위해 지난 3월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였고, 총 6개 분과(프로그램 기획분과, 홍보분과, 어린이·청소년·청년분과, 재정분과, 음식거리 기획운영분과, 거리질서 안전분과) 250명의 시민추진위원이 활동 중이다. 위원회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발굴, 시민 참여 분위기 조성, 기부금 모금 홍보 등 축제준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이 기획하고 제안한 프로그램이 축제에서 실현되고, 다양한 분야의 시민추진위원이 플랫폼이 되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며, 특히 스폰서쉽 및 기부를 위해 범시민 참여캠페인과 기부금 마련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어떤 축제에서도 볼 수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축제에서 시민은 구경꾼이 아니라 기획하고 참여하는 주인공이다. 축제는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협심을 이끌어야 한다. 작은 시작의 어려운 변화다. 시민주도, 우리나라 축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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