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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절대평가의 함정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평가의 실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이에 교육부는 2015년 개편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즉 2021년 수능에서 7과목 중 4과목 또는 전 과목 모두 절대평가로 치르는 개편안을 발표하고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자 지난달 31일 수능개편안의 1년 연기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편안은 현 중2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 중3 학생들은 개편된 교과과정으로 내신을 준비하고 별도로 이전 과정에 따른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이전과 같은 ‘불통의 교육부’가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음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선은 교육과 입시에 대한 정치적 접근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입시과열과 공교육의 붕괴에 따른 사교육비의 증대, 그 결과 교육분야에서의 빈부격차와 대물림 등 문제의 출발점은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것들이다.



대학입시 개편으로는 사교육문제 해결 못 해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후세에 대한 높은 교육투자가 우리나라의 현재를 있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높은 교육열의 부정적 측면으로 ‘대학에 들어가야’ 내지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편향되게 나타난 것이다. 명문대학을 나와야 취업과 결혼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리 대학입시제도를 바꾼다 해도 해결될 수 없다. 1945년 이후 크게 보아 16번 대학입시 방식이 바뀌었다. 대통령 임기가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를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대학입시에 대하여 무언가 했다는 인상을 주었을 뿐 해결된 것은 별로 없다. 최근 절대평가의 확대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존의 주요과목인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었다거나 입시부담이 줄었다는 얘기는 없다. 영어가 절대평가라면 다른 영역에서 경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수능 절대평가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학생부종합전형도 공정한 평가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 본인보다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노력이 좌우한다는 평이 공공연하다. 절대평가는 상대평가에 비하여 경쟁이 심하지 않으므로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절대평가로 수능과 학생부전형이 이루어진다 해도 궁극적으로 모든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으므로 개별 대학입시 단계에서는 상대적 경쟁이 불가피하다. 절대평가 결과로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절대적 모순이 발생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교육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다.



다양한 평가방식 개발로 학벌사회가 개선되어야

대학에서의 학업평가도 예전에는 절대평가였다. 그러다가 아마도 2000년대 들어 ‘학점 인플레’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대학이 상대평가로 전환하였고, 최근 교육부가 대학평가에 이를 평가요소로 넣어 학교 전체의 평점이 높으면 감점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런데 절대평가를 위해서는 일정한 학업성취수준과 평가방식에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공감하고 신뢰해야 한다. 하지만 객관적·논리적 사고 대신 직관적이며 정(情)적인 사고를 하는 우리들 사고방식으로는 쉽지 않다. 특히 과열된 경쟁분위기에서는 더욱 성공적인 평가방식이 되기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학벌위주의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학벌위주로 평가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학벌 이외의 평가요소를 개발하여 학벌보다 더 우선 적용되는 사회가 될 때 가능하다. 이미 존재하는 학벌의 차이를 무시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블라인드 채용은 오히려 객관적 평가요소가 부족하여 정실인사가 음성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 분야의 경험을 중시하는 경력자 우대와 쉽게 취업이 이루어지는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물론 그 전제로 풍부한 일자리의 공급과 장기적인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므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대통령 임기 중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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