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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이불 속에서만 나오면 다 위험한 세상(?)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지 얼마 됐다고 ‘살충제 달걀’의 여파가 아직 진행 중이다. 달걀값이 한 개에 100원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주부들의 손이 가질 않는다. 이번에는 ‘화학물질을 함유한 생리대’ 공포가 엄습했다. 그것도 거의 유명 메이커 제품들이다. 자고 일어나면 화학물질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들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불 속에서 나오는 순간 위험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오래 전 나도 세균을 없애준다는 가습기 살균제를 많이도 썼다. 그런데 이 살균제(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가 사람의 폐에 섬유화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이었다. 사람들이 이 때문에 죽었다. 섬뜩했다. 어려서 도시락 반찬에 계란을 싸 오면 부잣집이었으나 요즘은 식탁에서 늘 볼 수 있는 대중들의 먹거리다. 그런데 닭의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썼다. 유럽에서 이미 난리가 났었다.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지조차 국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 살충제는 사람의 간과 신장에 손상을 주는 물질(피프로닐)이었다.

생리대는 또 어떤가. 최근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질(VOC)이 다량 검출됐다. 이 중에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포함한 22종의 화학물질들이 포함됐다고 했다. 생리대 부작용이 문제가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제조사 5곳에 대해 최근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주요 편의점들은 문제가 된 생리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일부 제조사는 환불까지 해주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산했다’, ‘생리불순이 생겼다’, ‘생리통이 심해졌다’와 같은 주장이 제기돼 불안감을 키워왔던 터다.

생리대는 10대~50대에 이르는 모든 여성의 필수품이다. 4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유해화학물질 노출 뉴스를 접한 여성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재래식 생리대를 썼지만 간편하다는 이유로 이를 사용하는 요즘 여성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가는 아기들의 기저귀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젊은 신혼부부들 사이에 불임이 꽤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들은 편리함 때문에 1회용 기저귀를 사용한 세대다. 그러나 불임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아이의 건강에 상당히 해롭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확한 보고는 아니지만 남자아이의 고환의 냉각매커니즘을 손상시켜 불임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1961년 프록터 앤드 갬블사가 일회용 기저귀를 출시한 이후 30년만인 1991년에 미국 90% 이상의 아기가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다고 한다. 동시에 아기발진 비율이 1955년 7%에서 1991년 78%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경파괴도 만만찮다. 국내에서 소요되는 1회용 기저귀 전체 양은 연간 20억개로 추정되며 이를 10ℓ짜리 종량제 봉투에 담으려면 7천700만개가 필요하다. 시민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유아 1인이 생후 평균 25개월까지 기저귀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펄프의 원료가 되는 목재 사용량은 1일 약 187㎏, 화석연료 사용량은 109㎏,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09㎏, 폐수발생량은 8천38㎏, 폐기물 발생량은 536㎏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사용량이 훨씬 더 많은 생리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이러다가 또 아기들의 기저귀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다.

도대체 국민은 이제 무엇을 먹고, 어떤 용품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 주변의 식품과 생활용품 가운데 이 말고도 어느 것을 또 의심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론 정부 전 부처가 나서 국민의 먹거리와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확인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부처 간 나누어진 감독과 검사 기능도 통합해 서로 남의 일이라고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확산한 케미포미아(화학물질 공포증)를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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