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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진로갈등, 자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풀어보세요

 

고등학교 2학년이던 막내아들이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말했을 때 필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우리 집안에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거니와 그 아이도 단지 취미로 미술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름 깊이 고민하여 결정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구나. 왜 네가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졌는지 말해줄 수 있겠니?”

“이것저것 경험을 해봤는데 그림을 그릴 때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행복을 느낀다는 말에 나는 더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아들이 미술을 전공하도록 부모로서 지원해야 하는지,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 고민은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겪는 진로 선택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모의 기대와 다른 자녀의 진로 선택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갑자기 연기를 하고 싶다면서 연극영화과에 가겠다고 하고, 상경 계열 학과에 가기를 바라는데 정작 애완동물학과라는 생소한 분야를 간다고 하고, 이래저래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진로 갈등의 가장 큰 까닭은 부모가 자녀의 진로 방향을 직접 제시하고 통제하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의 경우 자녀의 장래를 독립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부모와 일체화하여 부모의 관점에서 ‘좋은 직업’을 규정하고, 이를 자식에게 강요하려고 한다. 이런 부모들은 마치 10이란 숫자를 만들려면 반드시 ‘5+5’밖에 없다고 단정을 짓는 것과 같다. 즉 “10이라는 성공을 위해 너는 반드시 5에다 5를 더해야 한다”고 자녀에게 지시할 뿐 자녀가 선호하는 진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21세기는 개인화, 가치의 다양화, 정보의 무제한적 공유 등으로 수많은 직업군이 생성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전통적으로 유망했던 직업이 계속 유망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진 마당이니 부모의 시각으로 자녀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준다는 말도 실은 불가능하다.

자녀와의 진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성품 진로 지도’를 소개한다.

첫째, ‘창의성의 성품’으로 자녀의 장점을 발굴하도록 도와주는 미래형 부모가 되기.

창의성의 성품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무조건 ‘5+5=10’이라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10’이라는 창의적 패러다임으로 자녀를 가르쳐야 한다. 2에다 8을 더해도 10을 만들 수 있고, 6에다 4를, 7에다 3을 더해도 10을 만들 수 있다. 10이라는 성공을 위한 방법이 다양함을 깨달아야 한다.

자녀가 행복하게 성공하는 길은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같은 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녀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내 자녀가 소유한 장점에 맞춰서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모를 좋은 성품의 ‘미래형 부모’라 한다.

둘째, ‘꼬리표 붙이기’와 ‘지시’는 버리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로 대화를 시작하기.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네가 생각하는 게 그렇지 뭐’, ‘그래가지고 나중에 뭐가 되겠니?’ 같은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거나 ‘무조건 공부해서 상경 계열가라’, ‘엄마아빠가 다 경험해봤어. 공무원이 최고야’처럼 자칫 강요하고 지시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런 대화에는 상대방보다 내가 낫다는 무의식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이런 태도를 버리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네가 그 진로를 선호하게 된 이유가 있니? 엄마아빠에게 자세히 말해줄래?”라고 질문함으로써 자녀가 생각한 진로의 방향을 충분히 들어보자. 그런 다음 그 진로가 자녀의 성향에 맞는지, 그 진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하나씩 논의하자. 물론 부모가 선호하는 진로의 장단점도 솔직하게 나눠야 한다. 서로가 생각한 진로의 장단점을 충분히 듣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진로 갈등은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한다.

부모는 자녀가 행복한 성공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이다. 그러니 꼬리표를 붙이는 말이나 지시하는 투를 멈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자. 이런 대화를 통해 부모 자녀 사이의 친밀함은 물론 자녀의 행복한 성공도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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