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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무화과를 먹는 밤

 

무화과를 먹는 밤

                                          /강기원


죄에 물들고 싶은 밤

무화과를 먹는다


심장 같은 무화과

자궁 같은 무화과


발정 난 들고양이 집요하게 울어 대는 여름밤

달빛, 흰 허벅지


죄에 물들고 싶은 밤

물컹거리는

무화과를 먹는다


농익은 무화과의

찐득한 살

피 흘리는 살

- 시집‘지중해의 피’


 

시인은 부단히 고정된 사물로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과 사유로 상상력을 이끌어내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자입니다. 무화과와 죄는 어떤 상상력의 연관기제로서 가능할까요. 혹시 무화과에서 저 창세기의 원죄를 읽었을까요? 혹자는 선악과가 사과가 아니라 무화과일 거라고 하지만, 치부를 무화과 잎으로 가린 데에서 기인한 수치심의 한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시인에게 무화과는 심장이며 자궁입니다. 실은 꽃이 없는 게 아니라 숨어있으므로 꽃받침과 꽃자루 속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사랑의 행위를 일컫는 맞춤한 단어겠지요. 시인에게는 심장을 바쳐 자궁을 바쳐 물컹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은, 달빛 찐득한 밤이 있었나 봅니다. 우리 모두의 꿈꾸는 로망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무화과를 먹을 때 나도 은근 죄에 물들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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