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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서른, 잔치는 끝난 걸까?

 

새벽 공기가 쌀쌀하다. 걸치고 있는 사파리재킷 깃을 올려 목을 감싸도 팔이 시리다. 밥 짓는 연기처럼 올라가는 안개를 보아 낮에는 더울 모양이다.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간의 주목을 받던 한 시인이 홍보대사로 활동해 줄 터이니 호텔에 1년간 무료 투숙을 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수영장이 있는 특급호텔의 삶을 로망이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측에 메일을 보냈고 이를 SNS에 게재했다고 해서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자신이 죽은 다음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예상하면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에서 였다고 한다.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시나 쓰면서 우아하고 고상하게 살아 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어리광쯤으로 보는 듯하다. 또 가난 속에서도 성실하게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질타를 했다. 특급호텔에서 쓰면 더 잘 써지느냐는 비아냥에 무슨 갑질 논란까지 있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우리 사회에 시인이 갑질을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미 문학은 문화콘텐츠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호텔이 한 시인의 갑질에 헐레벌떡 달려 나와 그리 하소서 하고 머리를 조아릴지 자못 궁금하다. 월세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척박한 삶이 갑질의 위치에 서는 사회가 오기는 할까.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시인이 가볍게 자신의 심경을 노출한 말 그대로 로망으로 보아 주면 그만인 일을….

최영미 시인은 얼마 전에도 월 50만원 남짓의 근로장려금 수급대상이 되었음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비록 한때는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시인이었으나 이제 그녀는 시인이라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의식주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50대 중반 빈민층인 것이다.

최영미 시인은 미술사 전공의 박사로 고학력의 전문성을 갖추었으나 문학의 길에 들어서면서 전문성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난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글을 써서 받는 인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문필가는 극소수이다. 특히 여성들은 학계나 출판사 등의 제도권에 특별한 인맥이라도 갖지 않는 한 생계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보다 쉽지 않다. 그들은 훌륭한 시인이자 문학예술전문가로서 합당한 사회적 지위와 그에 대우를 해야 옳다. 요즘 문예창작과 출신들이 어쩌다 출판사에 취업을 해도 번역일이나 교정을 하면서 틈틈이 작품을 쓰며 방송국을 기웃거리고 몇 년씩 응모를 하며 계약 작가라는 고래를 꿈꾼다.

요즘 비정규직문제로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문인은 그 비정규직 중에도 보장된 소득이 없다. 한 평생을 시를 쓰시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신 우리 문단의 원로이신 김모 선생님께서도 어느 행사에서 강사료 20만원을 받으시고 허탈해 하셨답니다. 아이돌이 받은 2천만원과 비교되는 액수의 문제도 그렇거니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오는 허탈감을 말씀하셨겠지요. 이미 고인이 되신 황금찬 선생님께서도 문화훈장까지 받으신 분이셨지만 말년에는 출판비를 생각하실 정도셨으니 우리나라에서 문학은 이미 빈사상태라는 진단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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