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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대통령과 국회의 협치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안이 부결되었다. 헌법재판소가 만들어진 1988년 이래 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 격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고 ‘무책임의 극치’라고 했다. 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변인은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라고 했다. 각 정치권의 평가는 논외로 하자. 정치적 입장과 이해득실에 따라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헌재소장에 대한 국회의 동의안 부결을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우선 ‘국민의 기대’가 무엇일까? 윤 수석은 “오늘은 전임 헌재소장 퇴임 후 223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제출 111일째 되는 날로, 석 달 넘게 기다린 국민은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전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의사는 다양하므로 하나로 단정하기 곤란

언론보도를 보면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견이 상당수 확인된다.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재판관으로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에서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과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규정에 대한 지난해 7월 헌법소원심판에서 위헌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물론 결정문을 살펴보면 단순히 OX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군대 내 동성애 처벌규정에 대한 위헌의견은 동성애를 허용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규정이 불명확하므로 좀 더 명확히 형법체계에 맞게 규정하자는 취지이다.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어쨌든 헌재 소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기대를 배반했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다른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기대일 수도 있다. 국민의 통일된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워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에 결정을 맡기는 것이 헌법의 취지다. 대통령에게 헌재 소장 임명권을 주되 국회의 동의라는 견제장치를 두었다. 따라서 부결도 국민의 뜻이라고 추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요청하는 임명동의안을 무조건 동의해주는 것이 무책임한 것이지, 일부 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이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따라 부결시킨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국민이 판단하여 다음 선거에서 그런 국회의원들을 낙선시킴으로써 바로잡아야 한다. 임명동의안 부결이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라는 표현도 법적으로는 무의미하다. 이번 건은 탄핵과 정권교체와는 별개의 문제일뿐더러 탄핵과 정권교체가 반대의견이 전혀 없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적재적소 인재배치는 대통령과 국회의 공동책임

한편 이념 논란과 창조과학 논란으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 국회는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였고, 지난 15일 결국 자진 사퇴하였다. 이번 정부 들어 7번째 고위 인사의 낙마사례이다. 반면에 국회 청문회에서 찬성의견을 얻지 못하고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공정거래위원장, 외교부장관, 국방부장관 등 여러 차례이다. 임명강행 때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인사문제를 다른 특정사안이나 다른 인사문제와 연계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다. 또 협치를 주장하면서 야당의 의견과 동떨어진 인사를 추천하고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 협치 또는 정치력의 발휘는 대통령과 국회 양측에 모두 필요하다. 위 두 건 외에 대법원장 임명동의안도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그래서 걱정이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민주당에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 “국민의당이 한국당과의 적폐연대를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김이수 재판관의 소장임명이 적폐청산이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을 적폐세력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협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협치는 대화에서 비롯되고, 대화는 ‘주고 받는’ 것이지 먼저 받아야만 주는 건 아니다. 영어로도 ‘give and take’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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