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페북’ 댓글 달았다가 학폭 가해자로 징계… 충격 여고생 끝내 자퇴

특정학생 비방 글에 익명 댓글
문제 커지자 실명 밝히고 사과

피해자 뒤늦게 학교에 신고후
학생·학부모 특별교육 처분받아
“실명자만 문책 형평성 위배” 반발

학교측 “피해자 자살시도 발생해
학폭위서 결정… 자퇴 안타까워”


수원의 한 고교에서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특정 학생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해당 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처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18일 수원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초쯤 페이스북 ‘수원 A고 익명 고백’이란 게시판에 재학생 B군에 대한 글이 게재됐다.

익명의 이 글에는 ‘3학년 B군이라는 분..저는 1학년이라 3학년 선배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왜 복도에서 마주치면 저를 뚫어지라 쳐다보시는 건지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요...저만 이런 게 아니라 제 친구들도 다 그걸 느꼇데요...’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익명으로 B군을 비방하는 댓글 수십여 개가 게재됐고, C양도 익명으로 ‘B군의 학생회 합격은 13대 학생회 최대 실수입니다. -A고 학생자치위원회’라는 댓글을 달았다.

문제가 점점 커지자 C양은 실명을 밝히며 ‘학생회 임원으로서 의견을 밝혔을뿐 비난의도는 없었다. 감정을 상하게 한 점은 사과한다’는 뜻을 전했고, B군 역시 C양의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C양은 B군과 관련된 사항을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에게 알렸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은 학교 측에 학교폭력으로 C양을 신고했다.

결국 같은 달 중순쯤 학교 측은 ‘페이스북 관련 C양 등 학생 3명에 대한 학교폭력 사안’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해 C양에게 서면사과 및 접촉·협박·보복금지를 비롯한 학생 4시간, 보호자 4시간의 특별교육 처분을 내렸고, C양의 학부모는 현재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몰린 C양은 정신적 충격으로 수일간 병원 치료를 받는가 하면 지난달 결국 학교를 자퇴해 학교 측의 결정에 대한 적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C양 학부모는 “당시 페이스북에 A군에 대한 비난 글과 욕설 글은 모두 익명이라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고 실명으로 표현한 딸에게만 모든 책임을 몰아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인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자퇴하긴 했지만 다시는 우리 아이처럼 피해보는 학생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고교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가해학생 학부모와 피해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지만 피해학생이 자살시도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하게 된 것”이라며 “가해학생의 자퇴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절차를 정확하게 준수했는지 등은 확인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가해 학생 학부모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만큼 그 결과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ls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