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새 생명과 만나다

 

생명은 축복이며 기쁨이고 설렘이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기다림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함께했다. 분만의 고통을 알기에 며느리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그저 순산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기를 잉태했을 때부터 입덧하는 과정이며 주기별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아기 심장소리며 성장과정을 초음파사진으로 확인했다.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다스리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임신기간 동안 금기시 한 것도 많았다. 음식과 행동거지를 조심했다. 아들은 금연을 시작했고 좋아하던 낚시도 줄이고 잡은 물고기는 도로 놓아주는 등 하늘이 준 선물을 감사히 받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분만이 가까워오면서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산모교실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모유 수유하는 방법과 모유 수유하는 동안 산모가 섭취하면 좋은 음식 그리고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예비엄마로서 준비하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다.

아기는 예정일을 일주일 넘기도록 산통이 없어 유도분만을 했지만 산통은 산통대로 겪고 결국엔 수술을 통해 출산했다. 다행히도 산모와 아기가 건강해서 고마웠다. 탯줄을 자르고 나온 아들은 좀 흥분된 듯 했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해왔다.

여자아기답지 않게 힘찬 울음이었다. 세상에 나왔다는 외침이 얼마나 가슴을 떨리게 하던지 내가 출산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아들의 자식을 통해서 느꼈다. 아기와 첫 만남의 순간이다. 작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고 신비로웠다. 사람의 뱃속에서 사람이 나온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포대기 속에서 손을 꺼내어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여린지 잡아주고 싶었지만 아기는 눈으로 보는 것만 허락될 뿐 아기를 안아보거나 만져볼 수 없는 것이 이 병원의 규칙이다.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기의 건강을 지키고 감염예방차원에서는 꼭 필요한 조치다. 험한 세상 잘 극복하고 살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예전 같지 않아서 임산부를 보는 것이 드물었는데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들을 보니 반갑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꾹꾹이 모모 매롱이 등 다양한 태명을 가진 아기의 모습이 가슴 벅찼다. 열댓 명 되는 아기들이 배냇짓을 하고 배고프다고 입을 오물거리고 용변을 치워달라고 칭얼대는 모습이 생명의 신비 그 자체였다.

출산율이 저조해서 걱정이라고 하는데 산부인과에 와보니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예비엄마들과 초보엄마가 대견해 보였다. 물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이런저런 혜택을 주고 있지만 자식은 하늘이 주는 큰 축복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기쁨과 행복으로 자식은 효를 다하는 것이고 부모는 그 효도의 답으로 사랑과 정성으로 자식을 키우는 거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철부지 같기만 하던 아들도 며느리와 함께 산통을 겪어내면서 마음이 까치발을 들었을 것이다. 부모가 되는 과정이며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늘었다는 것이 큰 축복이고 행복이다.

아직은 서툴고 불안스런 모습으로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지만 머잖아 부모로서 프로가 되어갈 것이다. 물론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힘겨움도 따르겠지만 내가 그랬고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며느리도 잘 해낼 것이다. 새 생명을 품에 안고 내려다보는 어미의 눈빛이 그윽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