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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문화복지는 과연 배부른 소리일까?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최영미 시인이 최근 2년새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지난해 SNS에 올려 화제가 됐었다. 근로 장려금이란 연 소득이 1천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에게 주는 생활보조금이다. 그것도 1년에 한 번 최대 수혜자가 210만 원 정도인데 비해 최영미 시인의 경우 59만5천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문 방송매체가 떠들썩하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최 시인은 “전 그저 지인들에게 제 사정을 알리려고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해명성 글을 다시 올렸다.

올해는 호텔을 홍보해줄 테니 방을 1년 간 무료로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SNS에 올렸다가 비난과 위로의 대상이 되는 등 화제가 됐다.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입장에서 답답한 나머지 장난기도 좀 있었다고 방송에 나와 해명했지만 뭔가 씁쓸한 마음이다. 문인이 가난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최영미 시인이 베스트셀러 시인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적 반향이 더욱 컸다. 문학계에서는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같은 상황이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해프닝이 있고 난 뒤 방송에 출연한 그녀는 아직 SNS에 익숙하지 않아 그 파급 효과를 간과한 측면도 있다고 했으나 무료한 일상 속에 자신의 처지를 SNS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을 것이다. 5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의 월 소득수준이 100만원 남짓이라는 사실을 접하면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 시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까지도 그 베스트셀러가 아직 유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이럴진대 그렇지 못한 시인 소설가 수필가들은 어떠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 수만 명의 문인 가운데 최영미 시인의 저명성을 보면 1% 이내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99%의 작가들이 본다면 월 수입 100만원도 엄청나다. 수입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설가로, 언론인으로 살았던 염상섭은 한평생 집 한 채 남기지 못하고 말년에 생활고 속에서 병마에 시달렸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단에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기자가 셋방을 찾아가자 딸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궁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기자를 꾸짖으며 “그런 일(취재차)로는 아예 오지 말고 그냥 좀 놀러들 와줘”하고 웃었다고 한다. 염상섭 같은 대가가 이 정도였으니 그보다 못한 사람들은 오죽했을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가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작가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방송에 한창 출연하던 예능인들도, 영화감독들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하늘나라의 길을 택한 이도 한 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박완서씨가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해 문인들에게는 부의금을 받지말라고 했을까. 예술인들의 생활고는 염상섭이 사망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여전하다. 창작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전업 작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향해 달리는 경제대국이 됐다. 각 분야에서 복지정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이제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나갈 때다. 문화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와 복지금고 등은 물론 프랑스의 엥테르미탕(예술인 실업급여제도)과 같은 문화예술인 복지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문화융성의 기반을 닦은 것은 그동안 창조적 문화 예술성을 발휘한 문인들의 헌신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을 표방한다면, 지식산업사회를 추구한다면 마땅히 문인 창작 작업도 국가의 직업군으로 분류해 복지의 수혜를 베푸는 게 진정한 문화복지국가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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