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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아이들 복통-장 중첩증 의심해 보세요

 

응급실에 수년간 근무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안타까운 일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 중에서 의사와 보호자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고 당황하게 하는 것이 말 못하는 어린 아이가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면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이다. 아이가 죽어라 울어대고, 우는 이유를 모르니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면 그 어떤 부모가 당황하지 않겠는가? 또한 이런 부모를 대하는 의사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조급해지겠는가?

이렇게 말 못하는 아이가 갑자기 죽어라 울며 부모와 응급실 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환의 하나가 ‘장중첩증’이다. 이는 말 그대로 긴 망원경을 폈다가 접을 때처럼 장의 위와 아래 부분이 겹쳐지게 되는 상태를 말하고 이렇게 되면 장속이 좁아져서 음식물이나 대변이 내려가지 못해 장폐색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장이 연동 운동을 할 때마다 심하게 배가 아프고 장벽이 눌려서 장벽 속에 있는 혈관을 통해 피가 흐르지 못해 장이 썩을 수도 있고 심하면 터져서 복막염이 되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중첩증 환아는 필자가 14~15년 전 응급실에 근무할 때인데, 갑자기 다리를 배로 끌어당긴 채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게 울고 얼굴빛은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10개월 남아가 놀란 20대 초반 엄마에 의해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진찰을 해보니 상복부에서 소시지 모양의 덩어리가 뭉클거리며 만져졌고,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더니 장의 위아래가 서로 겹쳐져 있는 모양을 보여 장중첩증으로 진단을 할 수 있었다. 장이 썩을 정도로 늦게 오지는 않았기에 중첩된 장을 원래대로 풀기 위해 바리움(barium) 관장을 시행했는데, 이 치료법은 바리움이라고 하는 진흙 물 같이 진한 특수 용액을 항문을 통해 관장액을 넣듯이 넣어 장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잘못하면 시술 중에 장이 터질 위험도 있는 쉽지 않은 치료법이다. 다행히 이 방법으로 환아는 건강하게 퇴원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의 장중첩증을 알아보면 이 질환은 5~11개월 사이 남아(여아보다 2배정도 높다)에서 잘 생긴다. 이 질환에 걸리면 아이는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듯이 울게 되고, 장이 막히게 되므로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때로는 거꾸로 구토해 내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복통은 1~2분간 발작한 후 5~15분간의 무증상 시기가 있는데, 이것이 반복되며 발작 중에는 환아는 창백하고, 복벽은 이완되며 축 늘어진다. 발병 수 시간이 지나면 특징적인 혈성 점액성 대변을 보이며, 무증상 시기에는 소시지 모양의 덩어리가 만져진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복부 팽만과 압통이 심해지고, 장 괴사로 장이 썩어 터지면 복막염이 되어 심한 탈수증과 패혈증, 쇼크 등으로 진전되며 치료받지 않을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전체 환아의 약 3/2에서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환자는 간헐적으로 보채는 듯 한 애매한 증상을 나타낸다. 진단은 임상 증상, 대변 모양, 복부 종류 등으로 의심하며, 진단 확증 및 치료를 겸하여 바리움 관장을 시행한다. 하지만 장기간 경과된 경우(24시간 이상) 응급으로 수술실로 들어가 도수 정복을 하거나 장 괴사가 있는 경우 장 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므로, 위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증상이 있거나 아이가 이유 없이 심하게 울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 및 치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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