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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제대로 가려져야 할 새마을운동의 공과(功過)

 

1971년도에 중학교에 입학했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교문에서부터 교실에 이르는 진입로 포장공사를 선생님과 학생들이 손수 했다. 연못도 만들었다. 주번들은 아침 일찍 등교해 교내는 물론 학교에서 경기도교육위원회(현 경기도교육청)까지 살수차를 끌고 물을 뿌리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교장선생님을 꽤나 극성쟁이로 생각했다. 필자의 선친도 수원 인근의 신설 중학교 교장이셨다. 학교진입로와 운동장은 당연히 진흙투성이였다. 자갈과 모래를 까는 일에 고사리손들이 동원됐다. 학생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청에서, 언론사에서 찾아왔다. 교장이 학생들과 같이 바지를 걷어부치고 삽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학생들이 힘은 들었지만 포장공사나 정지작업을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학교에도 들풀처럼 번질 때였다.

1969년 8월 어느 날 영남지역에 큰 물난리가 났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해지역을 시찰했다. 기차를 타고 가던 그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신거역에 멈췄다.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마을이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 안길과 제방을 보수하기 위해 아이부터 허리 굽은 노파까지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협동하며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자조와 협동정신을 일깨우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신도마을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듬해인 1970년 4월, 박 대통령은 한해 대책을 논의하는 장관회의에서 ‘우리 마을을 우리 힘으로 새롭게 바꿔 보자’는 ‘새마을운동’을 제창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도록 했다. 노랫말처럼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혔다. 주택을 개량하고 농촌 기반시설 개선에 기여하면서 소득증대도 이루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냈다. 온 국민이 이처럼 똘똘 뭉쳐 ‘잘살아 보자’며 몸부림쳤던 기억은 반만년 역사에 없었다. 우리가 지금 이만큼의 경제대국이 된 데는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지난해 몽골 베트남 등 33개 개발도상국이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 Saemaul Undong Global League)라는 국제기구도 만들었다. 회원국들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마을 정신을 접목시켰다. 지난해까지 세계 147개국 7만여 명의 공무원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연수를 받았을 정도다. 이렇게 낱낱이 기록된 새마을운동의 과정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가난 퇴치 및 농촌개발의 모범사례라는 것을 UN도 인정한 것이다.

물론 새마을운동이 급속한 산업화로 농촌인구가 대폭 줄어들어 동력을 잠시 상실하고, 이 운동을 둘러싼 부정부패 등의 부작용이 있기도 했다. 이후 새마을운동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정신개혁운동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개도국 지원 등과 같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시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새마을운동에 대해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잘살아 보자’는 의지와 자신감을 심어 주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새마을운동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국제개발 원조사업을 축소하고, 신규사업도 없앤다고 한다. ‘새마을’이란 용어 자체를 국제사회에서 없앨 기세다. ‘새마을운동’ 관련 국제 개발 원조 사업은 대폭 축소하기로 했고, 내년부터 신규 사업도 중지한다고 한다. 오는 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대통령의 참석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은 K-POP이나 한류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수출된 유일한 자산이다. 내 돈까지 내면서 봉사하는 수 백만 명 숨은 일꾼들의 봉사정신이 폄훼돼서는 안 된다. 나아가 새마을에 대한 홀대가 ‘박정희, 박근혜 지우기’로 비쳐져서는 더욱 안 된다. 새마을운동의 공과(功過)는 객관적으로 가려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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