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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배추흰나비 애벌레

배추흰나비 애벌레

                                                /문정영


고치벌은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아 기른다.

애벌레들은 애벌레의 몸속을 갉아먹으며 자란다.


고치벌 애벌레들이 몸을 뚫고 나올 때까지

배추흰나비의 애벌레는 날아가는 몽상을 한다.


내 숨을 먹고 자란 별빛들아,

너희들은 날아 또 다른 몸에 수태할 때까지

너희들은 내가 기른 목숨이다.


내 속이 까맣게 타고 뱃가죽이 딱딱해져도

내가 날아야 할 한 평의 배추밭마저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마.


아프리카 수단 4만 명의 유괴된 아이들아,

내 몸속에 너희들의 계절이 푸르게 남아 있구나.

- 문정영 시집 ‘그만큼’


 

우리의 생명은 언제부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왜 여기 이 자리에 와서 왜 또 가야만 하는 것일까. 신의 섭리인가. 수십억 년 전 유전자의 이기적 행태인가. 아무리 따져 물어도 우리는 우리 생명의 근원을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생명에 대하여 애원과 절망을 섞어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기쁨과 서러움을 섞어, 우리의 목숨을 내어주며 별빛을 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속을 태우면서, 유괴된 아이들과 가난한 친구들과 남루한 인류에게 한 평의 마음밭이나마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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