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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선거공약 이행과 유권자의 자세

 

어릴 적 다짐한 것이 있었다. 내 아이가 생긴다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이 다짐은 가끔씩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모님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는데, 아직도 이를 기억하고 내 아이에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당시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이 나와의 신의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배신감이 컸던 모양이다.

내년 제7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새삼스레 ‘약속’이란 단어가 떠올라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해본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제6회 동시지방선거라는 ‘약속의 장’에 출전해서 메달을 수여받은 ‘선수’들이 현재까지 그 약속들을 잘 지켜왔는지 말이다.

당선된 지 3년 남짓 지나 이제 임기의 8부 능선을 지나고 있는 지금, 이들의 약속이 얼마나 잘 이행되었는지 점검하기에 적절한 시점인 듯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점검자란 것이 우리에게 메달을 받은 당선자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메달을 걸어줬던 유권자들 스스로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제일 큰 이유야 당사자에게 있겠으나,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그에 상응하는 벌(무책임성에 대한 책망 같은 것이라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강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불만감을 충분히 표현했다면 과연 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약속을 하면서 한번만 더 믿어달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나머지 질책할 것을 잊어버린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지난 선거의 당선자별 공약이 게시되어 있다. 예전에야 기억나지 않는다 하면 그만인 공약일 테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당시 약속증서를 가지고 가 하나씩 짚어보며 따져볼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사회현상은 피드백 구조에서 이뤄진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내가 응원했던 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단 그가 메달을 걸었다면 지켜봐 줄 일이고, 지켜본 뒤 그 공과(功過)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상 또는 벌을 주면 될 일이다. 여기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벌을 주어야 할 상황에서 상을 주는 일이다.

정상적인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당사자는 순간 약간의 혼란에 빠지지만 곧 적응하고, 이내 본인에게 피드백을 잘못 준 상대방을 두렵지 않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부적절한 피드백은 부적절한 순응을 낳는 것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내년 6월, 다음 번 약속의 장까지 직전(直前) 메달리스트들이 달려야 할 시간이 아직 8개월 남짓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그들을 한 번 더 약속의 장에 세울 것인지 부터 우리가 결정할 일인 것이다.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매의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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