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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바람이 좋아하는 것

 

바람이 좋아하는 것

                                                              /이은봉



멈춰 있으면 바람이 아니다 움직이는 바람, 달리는 바람, 튀어 오르는 바람, 휘몰아치는 바람……



이 부잡스러운 녀석이 좋아하는 것은 계곡이다 틈이다 구멍이다



점잖게 여백이라고 부르는 구멍을 향해 부지런히 제 몸을 던져 넣으면서 바람은 바람이 된다



바람도 먹기 위해 달린다 바람도 사랑하기 위해 달린다



어떤 바람은 늦게 달리고 어떤 바람은 빨리 달린다 생명 있는 것들은 다 달린다 생명 없는 것들도 달린다



달리는 바람, 솟구치는 바람, 바람은 빠르게 변하고 바뀐다 멈춰 있으면 바람이 아니다.

- 이은봉 시집 ‘봄바람, 은여우’ / 2016·도서출판b

 



 

시는 일상적 현상이나 사물에서 전혀 새로운 상상과 세계를 노래함으로 시인이나 독자에게 희열을 주는 문학이다. 언어예술이기 때문에 낯설음과 모호함에 머무르지 않고 보이는 것 너머, 은유를 넘어 명료한 의미를 소통하는 능력을 시인은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은봉시인의 열 번 째 시집 『봄바람, 은여우』는 시적발상부터 새롭게 읽혀지는 신선한 작품들이다. 상투적 인간참회나 투사적(鬪士的) 역사의식을 넘어 오묘한 허공(虛空)에 맴도는 바람을 매개로 다시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정통적 시의 서정성과 새로운 시적 세계를 개척하는 신선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놀랍게도 이번 시집을 읽노라면 어느새 독자인 나도 바람과 인사하며 대화하며 노래하며 슬퍼하며 격려하는 연(鳶)과 같은 바람의 동행자가 되는 듯 했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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