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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형제를 시숙(媤叔)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아주버니다. 남편끼리는 형제끼리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조카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는 촌수다.
시숙과 조카며느리가 한판 승부를 벌인 끝에 조카며느리가 압승해 화제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과 금강고려화학의 정상영 명예회장 간의 현대 경영권 분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그룹의 몰락은 ‘왕자의 난’ 에 이어 정주영 회장의 타계, 후계자이던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이 결정타가 됐다.
그러나 현대는 최대 재벌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재건의 불씨를 두 사람이 집힌데 있었다. 시숙은 혈족을 내세웠고, 조카며느리는 망부(亡夫)의 한을 풀기 위해 승부를 걸었다.
호사가들은 시숙이 이기고, 조카며느리가 고배를 마실 것으로 봤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층에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여자(현정은)보다는 경영의 귀재 소리를 듣는 남자(정상영)가 맡아야 한다며 후자 편을 들었다.
그러나 주총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현정은 회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정몽헌 전회장은 현대아산과 상선의 이사만 맡았던 데 비해 현회장은 상선과 엘러베이터 이사회 이사장까지 맡게 돼‘남편보다 나은 아내’ 소리를 듣게 됐다.
패배한 시숙이 깨끗이 승복한 것도 보기 좋다. 원래 다툼은 지저분한 것이지만 승복하는 것은 아름답다.
현대가 ‘제2의 도약’에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여성시대에 또 하나의 기록이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추미애에 이어 이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까지 탄생했으니, ‘여인천하’란 말이 낯설지 않다. 한쪽이 강해지면 한쪽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역학이다. 남성 우월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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