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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반려견의 명(明)과 암(暗)

 

잘 아는 후배는 요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시계만 쳐다본다. 얼마 전 기르기 시작한 두 마리의 애완견 때문이다. ‘6시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회사의 어지간한 약속 아니면 개를 보러 가는 일이 생활의 최우선이 된 듯하다. 그의 아내가 찍어놓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출근 후 그 개 두 마리가 현관 앞에 나란히 엎드려 있는 사진이었다. 주인이 퇴근할 때까지 10시간 가까이 그 자세로 기다린다는 것이다. 귀가하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벌써 열렬하게 환영을 해 댄다. 두 마리가 서로 뛰어오르며 얼굴, 팔, 온 몸에 뽀뽀를 한다. 주인을 향한 애완견의 충성스런 축제가 벌어진다. 그 속에서 후배는 참을 수 없도록 솟아나는 열정적인 기쁨을 매일 맛보았으리라.

나도 개를 길렀다면 분명 그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는 개 띠인지라 후배보다 개를 더 좋아할 듯 싶다. 어렸을 적 나도 강아지를 길러봤다. 껴안고 같이 자기도 했다. 지금처럼 값비싼 애완견은 아니었지만 꼬리치며 달려드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예뻤다. 인간에게 개 만큼 중요한 반려동물은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주인에 대한 개의 충성스러움은 유별났다. 충성스런 부하를 충견(忠犬)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집에서 기르는 개도 애완견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다. 그렇다고 개가 주인 이외 사람에게도 맹목적으로 충성하지 않는다.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개에 관한 연구를 했다. 개가 보는 앞에서 주인이 통조림 뚜껑을 따려고 애를 쓰다가 옆의 지인에게 부탁했다. 그 지인은 흔쾌히 도움을 주기는커녕 노골적으로 비아녕거리기까지 하도록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개에게 먹이를 주었더니 실험에 참가한 18마리 중 11마리는 자신의 주인에게 불친절했던 사람이 주는 먹이에 입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7마리 역시 3번을 거절하고 4번째 마지 못해 먹었다. 아무리 먹이를 준다해도 다 따르는 것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주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개도 싫어할 정도로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깊다. 장기기증 공익광고에도 주인을 위해 119를 부르는 개가 등장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주인 오기를 기다리거나 충성스런 개들의 모습이 TV에 자주 등장한다. 신기할 정도다. 그러니 이같은 개를 좋아하게 되고 호기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 개에게 물려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너무 잦다. 며칠 전에는 유명 한식당 대표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돌 가수 가족의 반려견에 물려 치료를 받다 숨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개와 관련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려견이 관리 소홀로 노약자를 물어 숨지게 하거나 행인을 공격하는 사건이 수시로 일어난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 의원(자유한국당)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안전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014년 1천889건에서 지난해 2천111건으로 증가했다. 경기도내에서만 개에 물려 병원에 실려간 환자는 2014년 457건, 2015년 462건, 2016년 563건 등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려동물 관리 및 안전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개는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물이지만, 이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개를 사랑할 권리도 보장받아야 하지만 개를 싫어한다거나, 위협받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사육자에게는 소중한 반려견이지만, 남에게는 무서운 동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 키우는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행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도 그만큼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건 교육도 친절도 아닌 방임이며,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 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 애견전문가 강형욱씨가 말하는 아주 기초적인 조언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이에 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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