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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열정으로 평생 교육에 불지핀 두 명의 스승

국내 5·6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자
오늘 아주대 ‘명예의 전당 헌정식’헌액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 정지웅 교수·박영도 회장 입성

‘평생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한국의 교육자 2명이 입성한다. 그 주인공은 오는 26일 아주대학교 율곡관에서 열리는 ‘명예의 전당 헌정 기념식’에서 헌액되는 정지웅(77·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문해교육협회장과 박영도(58) 수원제일평생학교장이다. 이들은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2007),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2008), 최운실 아주대 교수(2010), 고 황종건(2013) 전 명지대 교수에 이어 국내 5·6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자로 이름을 올렸다.“평생교육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정지웅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장을 만나봤다.

 

 

 

 


박영도 ‘야학의 산증인’
30년 야학교사 …3500명 제자 가르침
“어르신들 한글 익히는 모습에 행복”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은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수원시 매교동에 위치한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의 사무실 소파에는 한글 공부를 한 어르신들이 비뚤배뚤 쓴 ‘소감문’이 쌓여있다.

박영도 교장은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히고 나서 쓰신 소감문들”이라며 “어느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글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야학(夜學)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야학교사로 활동하며 3천500여 명에 이르는 제자들에게 ‘깨우침의 기쁨’을 선사했다.

그는 “저보다 훌륭하신 분이 많은데, 이렇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쑥스럽다”며 “교육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입성 소감을 밝혔다.

박 교장은 구미 선산읍의 가난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늘 주변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중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던 박 교장은 “야학은 제 꿈을 실천할 기회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적성에도 맞았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 내내 야학교사로 활동하다가 직장 생활 때문에 야학교사를 그만뒀던 박 교장은 지난 1994년 11월 수원역 근처를 지나가다가 전봇대에 붙어있던, 수원제일야간학교(지금의 수원제일평생학교)가 낸 야학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다시 야학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글을 몰라 잘못한 것도 없이 평생을 ‘죄인’처럼 살던 어르신들이 제일평생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며 “남편, 자식한테 한글 배우는 걸 비밀로 한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항상 ‘한글을 공부하는 것은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이고, 존경받고 칭찬받을 일’이라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박영도 교장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교육에서만큼은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서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배움의 기회를 선물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文解) 교육, 검정고시 과정,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교육,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정지웅, 한국 평생교육의 1세대
선천적 약시로 책도 읽지 못해
농촌 주민 대상 사회·문해교육 앞장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시각 장애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은 정지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선천적으로 약시가 심해 학창시절에는 칠판 글씨도, 책도 읽지 못할 정도였다.

아주 크게 쓴 글씨만 읽을 수 있어 늘 선생님의 목소리만 듣고, 내용을 머릿속에 새기며 공부를 했다.

정 명예교수는 “눈이 나빠 글씨를 잘 보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비문해자(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문해(文解) 교육에 더욱 관심을 두고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인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명예교수는 ‘한국 평생교육의 1세대’로 불린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로 40년을 봉직하면서 농촌 사회를 발전시키고, 농촌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교육, 문해교육에 힘을 쏟았다. 그가 농촌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6.25’였다.

그는 “6.25 전쟁통에 농촌(충북 음성)으로 피난을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어렵게 살고 있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어린 눈에도 큰 충격이었다”며 “그때부터 ‘농촌 발전’을 고민했고, 해결책은 ‘교육’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에 사는 분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품고 있었다”면서 “사회교육(학교 정규교육을 제외한 모든 교육활동)을 확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교육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평생교육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평생 교육 체계는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도 빠른 발전 속도만큼 내실을 갖추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 명예교수는 “이제 평생교육은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상·이상훈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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