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굽이 흐르는 강… 도깨비전설 다리 우리 시골마을 같은 정겨움 있네
굽이 굽이 흐르는 강… 도깨비전설 다리 우리 시골마을 같은 정겨움 있네
  • 민경화 기자
  • 승인 2017.11.07 18:23
  • 댓글 0
  • 전자신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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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가가 들려주는 프랑스-카오르(Cahors)

‘로트’강 흘러 천연 요새로 자리잡아
2만명 소도시에도 말벡 포도주로 유명

‘발랑트레’ 다리, 70년만에 겨우 완공
벽돌공과 도깨비 다툼 전설 담겨있어

순례자들의 길목… 세계문화유산 등재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블랙와인’으로 알려진 진한 자줏빛의 ‘말벡(Malbec)’ 포도주 원산지이며, 검은 송로버섯 ‘트러플’과 거위간 요리 ‘푸아그라’가 유명한 카오르는 보르도와 리옹을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가면서 일찍이 상업이 발달했던 중세마을이다. 이 곳은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숨은 관광지이다.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 로트 주에 위치한 매력적인 이 도시는 보르도에서 동쪽으로 250㎞, 뚤루즈에서 북쪽으로 120㎞ 정도에 위치한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로, 거위간을 포도주에 절여서 구운 ‘마그레트 푸아그라’에 향이 풍부하고 진한 말벡 포도주를 곁들인 전통식사가 유명하다.

북풍을 마을 뒤쪽에는 산이 막아주고 앞쪽에는 ‘로트(Lot)’ 강이 마을을 싸고 굽이굽이 흘러 천연의 요새를 만들며 평화로운 모습을 간직, 우리나라의 하회마을을 떠올릴 만큼 운치가 있다.

▲역사

로마점령 초기 1세기경에 세워진 수로교, 야외극장, 공중 목욕탕과 최근 기차역 지하 주차장 공사를 하면서 발견된 타원형 경기장 유적들이 보존돼 있는 유서 깊은 중세도시이다. 특히 아마포 천과 포도주는 로마로 직배송 돼 예로부터 유명했다.

중세에는 보르도 항구를 통해 수출까지 하면서 이 지방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부유하고 지리적으로 중요한 상업도시이다 보니 프랑크족, 사라센 족, 바이킹 족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고, 몇 차례의 수탈을 거치며 점점 성벽을 쌓고 방어요새를 만들었다.

이 고장 출신인 교황 ‘요한 22 Jean XXII’의 지원으로 1331년 프랑스 최초의 대학 중에 하나인 ‘카오르 대학’이 세워져 신학, 법학, 의학, 예술학부를 뒀으며, 상업을 통한 부유한 금융도시로 번성한다.

백년전쟁 당시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곳 주민들은 ‘영국지배하에서도 가슴만큼은 항상 프랑스인이었다’라는 신념을 간직할 만큼 깊은 애국심을 자랑한다.



▲발랑트레 다리

도시 남쪽에서 침입하는 적들을 방어하기 위해 1308년 6월 17일 공사를 시작해 1378년에 완공된 것으로 ‘악마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요새형 ‘발랑트레’ 다리는 ‘콤포스텔로’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길목으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설에 따르면, 세우면 무너지고 홍수로 다리가 부서지면서 공사 기간이 50년이나 걸리자 마음이 급해진 공사감독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데, 악마에게 자신의 명령을 따르면서 공사를 도와 완공시키면 영혼을 넘기기로 계약을 했다고 전해진다.

거짓말처럼 아무런 사고 없이 공사가 진행돼 완공단계에 다다르자, 지옥에 가기 싫은 공사감독이 꾀를 내 인부들이 마실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체를 이용하여 가까운 ‘사흐트뢰’ 샘에서 물을 길어오라고 주문했다.


마지막 명령을 완수하지 못해 영혼을 가져갈 수 없게 되자 화난 악마가 감독에게 복수하기 위해 매일 밤 부하 도깨비를 시켜서 완공된 다리 위의 탑 돌을 빼라고 주문했고, 그 다음날 낮에는 벽돌공들이 다시금 돌을 쌓고, 밤에는 도깨비가 다시 허무는 행위를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도깨비와 벽돌공들의 싸움이었지만, 1879년 다리복원 공사를 맡은 ‘뽈(Paul Gout)’ 건축가가 도깨비 형상을 조각한 돌을 붙여 놓으면서 끝나게 된다. 악마가 이 다리를 검사할 때마다 탑에 붙어있는 도깨비가 돌을 빼내는 것으로 착각해 그냥 지나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발랑트레 다리를 건너 마을 외곽으로 돌면, 고대부터 신성시됐던 ‘사흐트뢰’ 샘터를 만날 수 있는데, 요즘도 산자락 밑 바위 사이에서 용솟음치는 깊은 바닥에서 잠수부들이 옛 동전을 건져내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말벡 포도주

유난히 짙은 붉은 색깔의 두터운 포도껍질을 가져서 탄닌 성분이 강한 말벡 포도품종으로 만든 이 고장의 포도주는 강하고, 진하고, 묵직한 맛을 주기에 ‘블랙와인’으로 불린다.

19세기 후반에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필록세라’의 피해로 유럽대륙의 모든 포도품종이 죽어갈 때, 1852년 프랑스 농학자가 까오르의 말벡 묘목을 아르헨티나로 옮겨 심은 것이 풍부한 일조량과 높은 온도로 인해 포도가 잘 익어 부드럽고 풍만한 맛을 낸 멘도사의 말벡 포도주의 시작이다.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는 ‘코스(Causse)’라 불리는 구릉지대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서늘한 기후로 포도가 천천히 익어 지나치게 타닌이 강하고 거친 맛이 나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충분한 숙성을 거치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뿜어내는 전형적인 까오르의 블랙와인으로 변한다.

현재, 보르도 포도주에 풍부한 향과 맛을 주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을 주로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브랜딩 용으로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품종을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말벡 품종도 많이 재배됐다./정리=민경화기자 mkh@

>>테마여행가 안완기는…

한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1992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의 건축을 공부했으며, 특히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에 빠져 들게 됐다.

그는 이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감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는 수 많은 여행객들을 보면서 프랑스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는 정직하고도 건강한 여행문화를 꿈꿨다.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홈페이지(www.algogaza.com)를 제작, 운영해 유용한 프랑스 여행관련 정보 및 자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약력>

- 1986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 1992년 프랑스 유학

- 1995년 Strasbourg 건축학교 수학

- 1998년 Val-de-Marne Paris 건축학교 수학

- 2002년 프랑스 테마여행 전문 가이드

- 2006년 ‘알고가자 프랑스’ 테마여행사 운영

- 2014년 ㈜OECD 대표부 대외협력부 근무

- 2014년 9월~ ‘알고가자’ VIP여행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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