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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계약 자유 유감

 

가을 햇살이 울긋불긋한 단풍에 반사되니 유난히 세상이 따스해 보이는 요즘입니다. 초록색을 그냥 지니고 있는 나무도 있고 이미 갈색의 낙엽을 모두 떨어트린 나무도 있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정말 실감하는 축복받은 계절입니다. 사람이나 세상이나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과 이유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존중하고 존중받아야겠습니다.

변호사로서 늘 다양한 분쟁의 현장에 있는 저로서는 사람과 사람, 사랑과 단체 사이에 발생하는 각종 약정, 합의 위반에 관해 상담하고 있는데 그 약정에 포함된 많은 내용을 꼭 지켜야만 하느냐? 무효로 할 수 없느냐? 는 문제에 자주 봉착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기는 계약 자유의 원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구조라 했는데 현실에서도 이런 원칙이 그대로 유효하고 잘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 글을 통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예전에 진행했던 사건 중에 어느 분이 딸의 사망 교통사고 보험금으로 아파트를 사서 소유권 이전 등기했는데 전 주인의 채권자가 아파트 매매 계약이 무효라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재판을 걸어온 내용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여 지극히 정상적으로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소유권을 확보한 아파트에 대해 계약 무효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런 재판이 가능하다고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어떤 사업가가 경기 침체 영향으로 회사 유지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부도를 내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을 때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하면 바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명의 이전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매매계약도 제삼자에 의해 무효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는 이만큼 재산 거래 분야에 있어서도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위 사건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은 매도인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값을 주고 취득한 선량한 피해자라고 진술해 주어 다행히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 아니한 직거래였다면 재산 빼돌리기로 취급되어 매매 계약이 무효로 판결될 여지도 있을 뻔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사실 관계 여하가 문제 되는 내용이고 이러한 경우와 반대로 사실인정은 쌍방 다툼 없으나 법원의 판단이나 법 해석에 따라 계약의 유·무효가 좌우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이 알박기와 관련된 부동산 거래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토지를 매입했는데 계약과정에서 인근 토지 보다 몇 배의 돈을 주고 매수한 매수인 측에서 적정 금액을 초과한 금액을 문제 삼아 그 돈의 반환을 청구하는 재판이 가능합니다. 알박기 상황을 만들어 적정 금액보다 큰 이익을 취하게 되면 형사상 범죄가 되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씩 뉴스에서 알박기 거래가 법원 판결을 통해 무효로 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지요. 이와 같이 아무리 계약 자유의 원칙이지만 법원에 의해 두 당사자의 계약이 무효로 판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결론이 과연 계약 자유의 원칙에 위배되는 일일까요? 주택이나 상가의 전세 입주 과정에서 계약을 포기하게 될 때 위약금 문제가 발생하는데 위약금을 취득하는 쪽은 정말 불로소득 같은 이익을 취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법원에서는 적정 위약금을 산정하고 그 금액을 초과하는 돈은 반환하라 판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신도시 개발 등 토지수용 과정에서 그곳 원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이주자 택지 분양권의 사전 거래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경기남부 지역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그 분양권을 사전에 팔았고 현재 지어진 건물들은 딱지라고 하는 그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들이 실제 건축하였습니다. 이미 거래가 끝나고 명의변경이 완료되었기 망정이지 만약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위 판결이 났다면 시장에 아주 큰 혼란이 생겼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주자 택지니 생활대책용지니 하는 물건들에 대한 투자 유혹이 있을 때는 꼭 법률 전문가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겠지요. 계약 자유의 원칙만 생각하고 아무런 문제없으리라 상식적인 기준에서만 생각했던 거래가 법 해석이나 재판을 통해 무효가 될 수 있는 그런 위험한 현실에 우리는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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