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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용인, 사람 중심 문화의 이유 있는 성공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든 산의 기운이 늦가을의 정취로 가득하다. 산을 오르다 보이는 돌 틈에서 피어난 들꽃은 가냘픔과 강인함을 함께 품고 한 세상을 산다. 돌과 돌 사이 피어난 꽃에게 비좁은 흙속에 자리한 뿌리는 곧 생명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란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 그 진리는 문화에서도 통한다. 우리나라 문화행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래되지 않은 그 역사 동안 문화정책은 중앙으로부터 시작해 지자체로 옮겨지는, 즉 하향식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중앙의 문화정책을 따라야 하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문화정책이 발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기초문화재단들은 이러한 하향식 문화정책 흐름의 한계 극복을 위해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이러한 결과로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새로이 제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초문화재단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이라는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역 문화라는 ‘뿌리’의 견고함에 힘을 쏟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문화재단 역시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간을 두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재단이 시도한 다양한 콘텐츠는 비단 용인이라는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용인을 ‘뿌리’로 삼아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 2012년 문화예술의 불모지였던 용인에 용인문화재단이 출범하고 올해까지 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단 시간 내에 재단은 용인만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며 뿌리를 견고히 하고자 노력했다. 뿌리가 땅으로 깊이 파고들수록 그 깊이에 비례하며 용인의 문화예술은 새싹을 피우고 가지를 뻗으며 나무로 자랐다. 5년 전과 달리 2017년의 용인 시민에게 문화란 그리 어색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용인버스킨’은 용인의 거리 곳곳에서 무작정 무대를 만들고 공연과 퍼포먼스를 펼쳤고, 처음 생소함에 어색해하던 시민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호응을 보이며 함께 문화예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트럭을 무대로 개조한 ‘찾아가는 아트트럭’이 움직이는 스테이지가 되어 다양한 콘텐츠로 시민을 찾아간다. 또한 용인시민 3명만 모이면 찾아가서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갑니다’는 2016년 시작 당시 폭발적인 반응으로 시민의 호응을 얻었으며, 단 시간 만에 용인시민의 예술 교육을 책임지는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3명의 시민만 모이면 그 집의 앞마당까지 찾아간다는 콘셉트 자체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으로, 또한 극소수(3명)가 대상이라는 특수성은 전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용인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문화정책뿐 아니라 이 모든 풀뿌리문화의 근원은 ‘사람’이다. 뿌리의 근간, 그 중심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위한 정책, 문화는 그 시작에 반드시 함께해야하는 분야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아직까지도 문화란 ‘먹고살기’가 확보된 이들이 누리는 무형의 영역쯤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내기’를 하며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겐 손에 잡히지 않는 다른 세상의 영역일 수 있다. 내밀 손이 없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잡아주길 기다리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중심인 문화 정책이야말로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가는 필수불가결한 지름길이 아닐 수 없다. 용인문화재단이 그 지름길을 걷고 있기에 감히 확언할 수 있다.

사람이 뿌리를 이루는 사회, 뿌리가 튼튼한 문화, 문화로 행복한 사람. 어쩌면 이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동그라미일지로 모른다. 어는 것 하나 모자람이 없을 때 이 선순환 구조는 깨짐 없이 동그라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에 책임을 다해야하는 이들은 이 동그라미가 흐트러짐 없이 순환될 수 있도록 동력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편견 없는 동그란 사회, 문화로 행복한 사람들의 용인을 위해 용인문화재단은 100만 용인시민과 함께 의미 있는 정진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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