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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학교폭력 해결의 열쇠 ‘공감인지능력!’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에 이어 충남 아산과 강릉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무차별 폭행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SNS로 범행을 과시하듯 사진을 올리고 공론화된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소년의 괴롭힘에 대해 연구해온 올베우스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감인지능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공감인지능력이 요즘 들어 더욱 떨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가 학생들의 공감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사회가 성과만을 추구하는 비인격적 문화를 가진 데다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기보다 획일화하는 폭력적 측면까지 가지고 있어서 학교문화조차 이런 사회를 반영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싶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폭력적인 사회문화와 질서를 습득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평범한 아이들도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 문화를 반복적으로 내면화할 때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공감인지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둘째, 가족공동체의 파괴로 부모들이 자녀들과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지 못하는 점 또한 공감능력을 저하시킨다. 현재 우리나라는 핵가족화와 저출산 등으로 가족공동체가 해체돼 청소년들이 타자를 배려하는 공감인지능력을 배울 기회를 앗아간다. 더욱이 부모들은 너무 분주하여 자녀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친밀한 감정으로 교감하기 어려우므로 아이들은 부모에게서조차 공감인지능력을 배우기 어렵다.

셋째, 잔인하고 폭력적인 각종 영상매체가 아이들의 공감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상에 계속해서 노출되다 보면 아이들은 그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게 되고, 그들의 공감인지능력은 억압받게 된다.

결국 공감인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 부모가 각각 주체가 되어 성품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폭력적인 문화가 내면화하지 않도록 성품교육으로 좋은 성품의 문화를 확산하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소년법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필자는 우리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가 우리 아이들에게 내면화 되지 않도록 폭력에 대한 올바른 생각·감정·행동을 가르쳐 학교문화를 개선하는, 이른 바 ‘성품교육적 처방’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핀란드는 처벌보다 교육에 초점을 두어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왕따 역할을 맡아 간접적으로 학교폭력을 경험한다. 역할극을 본 후 학생들은 따돌림 받는 학생을 도울 방법과 왕따를 근절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러한 토론은 학생들이 폭력의 내면화를 막는 성품교육 역할을 한다.

둘째, 부모와 교사가 먼저 감정을 경청해 주기.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와 교사는 청소년들의 공감인지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야 한다. 이는 부모와 교사가 먼저 아이들의 감정을 잘 경청해주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자녀의 감정을 수용해주고 조절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더 안정적이고, 며 스트레스도 적다. 건강하게 자라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공감인지능력이 높다.

셋째,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수성을 강화시키기. 공감인지능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욕구에 제대로 반응하기를 어려워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거나,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러므로 ‘섬세하고 친절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기’, ‘그 사람 기분이 어떨까?’라고 자주 물어보기’와 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수성을 강화시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폭력을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좋은 성품으로 폭력에 맞서야 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군대, 직장 등 모든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폭력적인 문화’를 공론화하고, 공감인지능력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 끝에 비로소, 폭력적인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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