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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호치민 코리아타운과 한국국제학교

 

지난 11월 9~10일 호치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연계행사로 호치민에서 개최된 제3차 세계실크로드대학연맹 총회 및 실크로드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후학과 함께 ‘호치민 코리아타운 연구와 위키백과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호치민의 한인집거지 세 곳을 직접 탐방할 수 있었다. 먼저 대형쇼핑센터 슈퍼볼 지역으로 통하는 초기 한인들의 중심지인인 팜반하이와 탄롱 거리, 그리고 푸미홍과 안푸 등 아직도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두 지역이다.

슈퍼볼 지역은 이미 ‘역사’가 되어가고 있었으며, 주로 상사주재원들의 거주지인 안푸 지역은 아직은 ‘미래’였다. 지난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한인들이 모여들어 LA 코리아타운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된 푸미흥 지역만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재’의 코리아타운이자 ‘미래’도 희망적으로 보였다.

푸미흥은 호치민시와 대만계 부동산 개발회사 ‘푸미흥(福美興)’이 외국인을 겨냥해 늪지대인 호치민시 남부 지역을 개발한 신도시이다. 처음부터 대만, 일본,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 국제학교를 유치했다. 호치민시 7군에 속하는 푸미흥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고급 사무용 빌딩, 영화관까지 갖춘 대형쇼핑몰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 반찬가게뿐만 아니라 교회와 병원, 학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다. 13만 호치민 한인 중에 푸미흥만 5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걸어서 탐방하기 힘들어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실로 푸미흥 코리아타운은 ‘베트남 속의 한국’과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주권제도 자체가 없다.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현재의 삶은 편안할 수 있으나, 불안정한 정주(定住)일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의 한인사회나 한·베 가족에게 최대의 현안은 ‘교육’이다.

신도시 개발 지역에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가 설립된 것이 1998년이다. 학교설립 과정에 호치민 한인사회가 앞 다투어 성금을 모은 이유도 자녀들의 한국 대학진학 때문이었다. 지난해 졸업한 고등학교 학생(120명 내외) 중에 95% 정도가 한국의 대학생이 되었다.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의 학생수가 1천800명이 넘었다. 세계 33개 재외 한국학교 중에 최대 규모이다. 한국어와 베트남어, 영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11월 9일 오후 2시 경에 학교에 들어섰다. 잔디 운동장을 뛰놀고 있는 어린 학생들, 도서실에서 수업하고 있는 중학생들, 족구와 배구경기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 학교를 둘러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20년 넘게 베트남에 살고 있는 대외홍보부장인 이윤희 선생님과의 대화는 참으로 유익했다.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가 푸미흥 코리아타운의 문화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토요일 오후 한·베 가족 베트남 어머님들을 위한 한글교육과 한인커뮤니티 전체에 제공하는 다양한 한국문화교육 등.

주지하듯이, 베트남을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자원의 보고이다. 호치민뿐만 아니라 방콕,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마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한인상가지역인 코리아타운은 한국 관련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장소에서 한인과 현지인들이 교류하고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장소로 지역의 ‘재생’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코리아타운마다 매년 같은 시기에 한국문화와 현지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스토리가 있는 축제’를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에서 오래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분들의 이야기들이 스토리뱅크로 만들어져야 한다. 코리아타운 연구자뿐만 아니라 학생들 그리고 지역민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스토리뱅크 중의 하나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이트인 위키백과이다. ‘코리아타운 위키백과’의 효용성이 점차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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