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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붉은 눈

 

붉은 눈

/종정순

던져준 생선이
엉뚱한 데 떨어졌다
느슨하던 목줄이 당겨진다

 

길게 뺀 혓바닥이 닿을 듯 말 듯

애타는 발길질에
흙바닥이 파인다
헐떡거리는 숨,

흰털을 붉게 적시는 찢긴 발톱,
먹이에서 떼지 못하는 붉은 눈
묶인 말뚝을 빙빙 돌다 그 앞에 주저앉는다

잠들 때까지는
목줄도 혀도 붉은 눈도 궁리가 많다

- 시집 ‘뱀의 가족사’


 

붉다, 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단순히 색상을 가리키는 형용사지만 정열의 상징이기도 하고 때로는 불온한 사상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의 붉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처절한 생의 본능이 느껴진다. 무릇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식욕 충족을 위해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약육강식이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먹이에 닿지 않는 개에게 목줄은 영원한 굴레인 것이다. 그리하여 몸의 온갖 기관을 동원하여 닿으려 하는 저 몸짓에는 단순히 눈의 충혈을 넘어선 어떤 생존의 몸부림 같은 붉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목줄도 혀도 붉은 눈도 궁리가 많은 그런 날 시인은 저 개와 다를 바 없는 삶의 편린을 읽은 것이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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