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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수험생들, 내일은 정말 최선을 다해라

 

지난 15일 오후 8시20분쯤 우리나라의 시계는 1주일 뒤로 미뤄졌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다음날 치러질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1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같은 사실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지진이 일어난 시각은 15일 오후 2시29분. 30분 뒤인 3시에 교육부는 수능시험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6시 이후에는 각 교육청에 보내진 시험지가 학교 별로 분류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일선 학교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내일 치러질 수능준비에 만전을 기하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청 역시 교육부로부터 수능연기에 관한 정식공문을 받은 것은 브리핑이 끝난 8시 46분경.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6시 이후에 하달된 공문은 그날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9시30분 이후 부랴부랴 각 학교에 전화와 문자로 이 사실을 통보했고, 학교에 공문을 발송한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한쪽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탄식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교육부에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 사실만이라도 교육청에 귀띔해 대책마련할 시간을 줬다면 큰 혼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지진의 급박한 상황이어서 청와대와의 교감과 대책회의 등으로 정신 없이 바빴을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지진발생 30분 이후 곧바로 수능연기는 없다고 발표한 교육부의 성급함은 결과적으로 지적받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60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은 물론 그 가족과 사회 전체 구성원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큰 국가 대사가 없을 정도다.

일부 수험생은 아예 교과서와 참고서를 갖다 버렸다. 수능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왔지만 당혹해 하면서 다시 교과서를 찾기도 했다. 패닉 상태였다. 연기된 수능 탓에 쌍꺼풀 수술 등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의료계도 수험생들의 수술 일정 취소 및 연기에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수능 직후 여행을 가려던 수험생과 가족들도 취소신청이 잇따라 여행업계가 울상을 짓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대로 수능 문제지 보안 등을 위한 특별 경비근무를 1주일 연장했다. 700명에 이르는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들은 난데없이 감방생활(?)을 수능일인 23일까지 7일 간을 더 해야 한다. 대학입시일정도 각각 순연돼 대학들이 머리를 싸 매기는 마찬가지다. 필자 역시 수능에 최선을 다하라는 사설을 썼다가 연기되는 바람에 낭패를 본 사람 중의 하나다. 웃지못할 해프닝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수능시험 연기의 파괴력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특히 내일 수능을 치를 1999년생들은 자신들이 기구한 운명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신종플루가 번져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데다 소풍 운동회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한다. 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때도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전염병과 대형 참사 등에도 불구하고 1999년생들에게는 올해 수능 연기가 체감상 가장 큰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일은 닥치게 마련이다. 99년생 말고도 할 말이 많은 세대들은 다 있는 법이다. 남이 겪는 어려움보다는 자신의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오는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1주일 연기돼 치러지는 내일 수능에는 혹시라도 천재지변이 없기를 바란다. 수험생들도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또한 수능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 시험이라는 것이 잘 보는 사람이 있으면 잘못 본 사람도 있는 법이다. 실망할 필요는 더욱 없다. 인생의 한 과정으로서 앞으로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숱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의 성적표가 인생의 성적표는 아니다. 별탈없이 컨디션을 조절해 최선을 다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게 젊음의 특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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