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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소설(小雪)

 

날씨가 매섭게 차다. 예전처럼 입동 추위 잠깐 하고 물러서 잠시 숨고르기하고 오는 추위가 아니라 연일 한겨울 추위다. 올겨울은 추위가 만만치 않을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나서 많은 피해를 주고 여진이 계속되는 모습이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이럴 땐 날씨라도 따듯하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오늘 아침에는 일찍 조정천 변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응달진 보 위에는 비록 살 얼음이지만 개울물이 전체가 얼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절기가 소설이다. 일 년 중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눈발도 날렸다. 이십사절기의 하나로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어있으며 양력 11월 22일쯤이다.

농가에서는 소설 즈음이 되면 담에 이엉을 얹고, 지붕을 인다. 옛날에는 초가지붕이라 이엉을 엮고 얹고 잇는 일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민속촌이나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이엉을 엮어서 얹는 모습이 신기하여서 추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친구 영섭이 아버님은 워낙 손재주가 좋으셔서 서로 그분을 모셔다가 이엉을 잇는 일을 하였다.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에서 둘둘 말린 이엉을 펼쳐서 이어 가시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했다. 그 당시는 볏짚으로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볏짚도 거의 쓸모가 없다. 기껏해야 소먹이가 아니면 잘게 썰어서 논에 퇴비 대신 뿌려 넣는 것이다.

소설은 대개 음력 10월 20일쯤으로 특이한 현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이 날은 손돌이 억울하게 죽은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 바람이라 하며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한다 하며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시대에 어느 왕이 배를 타고 지금의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 지역에 있는 목을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왕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호령을 하고 사공의 목을 베어 죽이려 하자 그가 죽기 전 자기가 죽은 뒤 바다에 바가지를 띠워 그 바가지가 가는 대로 배를 몰면 안전할 것이라고 하여 손돌을 죽인 뒤 그의 말대로 했더니 배가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고 한다. 그러므로 왕이 크게 뉘우쳐 손돌의 무덤을 만들고 크게 제사를 지내주었다고 한다. 그때가 음력 10월 20일쯤인데, 이때는 겨울의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겨울의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며 이 시기에 부는 바람을 손돌 풍이라고 한다.

적당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나 떡잎을 보면 될성 싶은 곡식을 안다고 했다. 입동 소설을 전후해서 맹위를 떨치는 추위를 보면 올 겨울추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우리는 일찌감치 김장까지 마무리를 했지만 도시에 대부분의 가정이 김장을 못했을 것 같은데 가뜩이나 힘든 요즘 김장마저 힘든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농사가 잘 되었어도 김장 배추 무가 가 수확 전에 얼어 버리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배추 값이 폭등을 한다.

절기가 소설이고 보름 후면 대설이니 일기예보에 어정쩡한 이번 가을 들어 제일 추은 날씨라는 표현보다는 이번 겨울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고 각 가정에서도 혹독한 추위가 몰려올 이번 겨울이 될지도 모르니 겨울 채비에 만전을 기하여 혹독한 추위 속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따듯한 겨울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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