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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롱 패딩 열풍

몇해 전 겨울철, 교복 위에 입는 윈드자켓이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시절이 있었다. 일명 ‘노페’(노스페이스)라 불리는 수십만원짜리 아웃도어로부터 2천100만원이 넘는 ‘캐몽’(캐나다 쿠스 몽글레르) 패딩까지, 종류와 디자인이 다양하고 화려한 것은 물론이고 가격 또한 고가였다.

이 같은 패딩을 입는 것이 당시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로망’이었나를 잘 대변하는 노랫말도 있다. 한 공고생이 지었다는 ‘노스 패딩’이라는 시에서 나왔다는 가사는 이렇다. “비싼 노스 안에 내 몸을 숨기고/ 무엇이라도 된 듯하게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다/ 한겨울엔 노스만 입어도 무서울 게 없다.”

그러자 일반 학생들마저 너도나도 우르르 사서 입는 유행이 급속도로 번졌다. 또 일부는 부모들을 압박, 구매를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사람들은 이러한 패딩을 ‘등골 브레이커’라 불렀다. 자식이 유행에 뒤지지 않게 하려고 등골이 휠 정도로 돈을 마련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의류업계는 너도나도 윈드자켓 시장에 뛰어들어 상혼을 부추겼고 제품은 포화 상태를 이루었는데 1년 후쯤 패딩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재고 처리에 골치를 앓는 진통도 겪었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구스 롱 다운점퍼’, 일명 ‘평창 롱 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평창 롱 패딩’은 평창올림픽 후원사인 롯데백화점이 3만 장 한정으로 제작 유통하는 것으로 얼마 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1차로 2만3천 장을 풀었는데 이를 구입하기 위해 밤샘 대기하는 등 ‘북새통’을 이루며 금세 동이 나버렸다.

덕분에 일반 롱 패딩까지 시중과 홈쇼핑 가릴 것 없이 어디에서든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기현상이 일고 있다. 따라서 요즘 거리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롱 패딩 행렬이 넘쳐나고 있다. 영국의 복식학자 레이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패션은 특정 기간에 존재하며 아무도 그것이 언제, 왜,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모르며, 시작된 속도만큼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지도 모른다”. 지적대로 이번에는 어떤 진풍경을 연출하고 유행을 멈출지 궁금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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