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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배려, 그 깊은 속 뜻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 오래된 기억 하나가 있다. 그때 거의 3년 가까이 요미우리신문을 배달한 적이 있다. 신문배달은 휴일 오후에만 잠시 쉬고, 그 외 쉬는 날이 별로 없어 상당히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비싼 학비를 충당하는 데에는 그만한 일도 없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지역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을 수가 있었다.

그때 연말에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동네 할머니나 아주머니 몇 분들이 1천 엔 정도가 든 봉투를 건네주고는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신문을 배달하는 근로 학생에 대해 수고했다는 격려였던 것이다. 이것은 주위 사람에 대한 그들의 배려문화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다.

배려의 중요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양갱(羊羹)’으로 양고기의 ‘양(羊)’자와 ‘국(羹)’을 뜻하는 ‘갱’자다. 원래는 중국의 요리로, 읽는 그대로 양고기국이었다. 이것은 양의 고기를 끓인 스프 종류지만 식히면 고기의 젤라틴이 굳어 자연스럽게 국물이 굳은 상태가 된다. 중국인들이 이것을 만든 것은 양고기국을 두루 많이 먹게 하려는 교훈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 오고 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배려의 문화에 대한 교훈이 담겨져 있다.

중국 춘추시대, 중산(中山)의 왕이 잔치를 벌였다. 이 연회에 사마자기(司馬子期)라는 선비가 초청을 받았다. 연회에서 양고기국을 나눠먹을 때 국물이 부족하여 사마자기에게는 그 몫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사마자기는 임금이 일부러 자신에게 수모를 준 것으로 여기고 그길로 초(楚)나라로 달려가 초왕을 부추겨 자신의 고향인 중산을 치게 하였다. 결국 중산국은 전쟁에 패하고 왕은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두 명의 병사가 창을 들고 그 뒤를 따르며 지켜주고 있었다.

“그대들은 왜 나를 따르고 있는가? 그대들도 그대들의 살길을 도모하여라.”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저희 아버님이 아사(餓死) 직전 왕께서 찬밥 한 덩이를 내려주셔서 그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때문에 아버님이 임종하시면서 ‘만약 중산왕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죽음으로써 보답하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중산의 왕은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탄식하였다.

“남에게 무엇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며, 원한을 살 때는 깊고 얕음에 있지 않고 그 마음을 상하게 하는데 있었다. 내가 양고기국 한 사발에 나라를 망하게 하였고, 찬밥 한 그릇에 두 용사를 얻었구나.”

동서고금을 통해 이러한 교훈에서 배려심이 깃든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처럼 복잡다단한 세태 가운데 작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배려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화를 내면 오래 동안 쌓아온 인간관계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둘째,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분명히 그에게도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일 것이다. 셋째, 함부로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말은 내뱉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돌이킬 수 없으며 상대방의 가슴속에 영원히 꽂히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어 이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에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수준에 비해 사회 전반에 걸쳐 진정으로 인간을 배려하는 선진문화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화합의 정신과 사회적인 배려를 통해 불안정, 불공정, 불평등과 같은 비문화적인 요소들을 떨쳐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 발전에 부합하게 선진사회의 덕목인 ‘배려의 문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일본에서 체험했던 작은 정성의 배려도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자 문화다. 저명한 프랑스 경제사회학자인 기 소르망은 ‘문화 없이는 훌륭한 국가도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깊은 의미가 새삼 되새겨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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