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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공자의 민생(民生)론

 

 

 

중국 춘추시대에 활동한 공자(B.C.551~B.C.479)는 유교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평생 인(仁)의 실천을 강조하며, 그것으로 인간 세상을 교화시키려고 애썼다. 내적으로 인을 간직하고 외적으로 인을 실천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자세가 군자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수기는 곧 스스로를 이기고 인을 닦으며 예를 갖추는 것으로서, 이 때 비로소 인격완성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사상적 논지를 펴온 인물로서 지금까지도 널리 숭모를 받으며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공자가 사상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민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였다. 다소 의외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민생정치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음을 반증한 것이다.

그는 민생정치에 있어서 신뢰를 중시하였다. 정치는 모름지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군비, 국민이 굶는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충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하며, 여기에 국민의 신뢰도 얻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만약 이 중에서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군비를 버려야 하고, 다음으로 또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려야 하고, 마지막으로 남길 것은 국민의 신뢰라고 하였다. 신뢰를 잃은 정치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웅변한 것이었다.

공자는 신뢰를 얻는 민생정치는 위정자들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위정자들이 정도(正道)와 정의(正義)에 기초하여 솔선수범할 때, 비로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를 법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덕(德)으로써 인도하고, 예(禮)로써 운영하는 것이 국민들을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위정자가 예를 추구하면 국민은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위정자가 의를 추구하면 국민들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위정자가 신의를 추구하면 국민이 성심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한 번은 자공이라는 사람이 “만약 국민들에게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면 인을 실천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어찌 인에 그치겠는가? 그거야말로 성인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요순시대도 그렇게 하지 못함을 걱정하였을 정도이다”고 대답하였다.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일이야말로 인의 사상을 뛰어넘는 최고의 업무이자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는 나라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일이 첫째요, 교육하는 일이 둘째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가 민생문제에 있어서 특히 강조한 것은 균배(均配)였다. 균배는 ‘고르게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운영함에 있어서 어떤 것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고르게 배분되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골고루 배분되는 사회는 사람들이 가난을 느끼지 않고 화합하게 되며, 화합은 모자람을 느끼지 않아서 편안하게 된다.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나라가 기울어질 수 없다”고 하였다. 사실 오늘날에도 공동체 유지와 화합을 저해하는 큰 요인은 불균형적 배분에 기인한다. 이 점을 공자는 오래 전에 간파한 것이었다.

공자가 외친 균등한 배분과 조화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운영에 핵심적인 요소이며, 목표가 될 수 있다. 항상 불공평, 불평등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공동체 사회의 존립기반을 흔들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예는 부지기수였다.

요즘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심의가 한창일 것이다. 법정시한인 올해 12월 2일까지는 어떻게든 국회 예산심의를 마치고 의결해야 한다. 법정시한이 촉박한 만큼 예산심의에 불철주야 매진해야 할 것이다. 예산은 국가 살림살이이며, 국민생활에 밀접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심의에 온 힘을 기울이는 국회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예산이 계층간, 성별, 지역간 배분을 잘하고 있는지를 심의하려면 하루하루가 아쉬울 판인데도 그렇다. 뉴스를 보면 합당 찬성이니 반대니 하는 얘기만 나오고, 실없는 얘기를 해서 설화(舌禍)를 입는 의원의 모습만 클로즈업되고 있다. 국가예산보다 큰 규모의 재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예산의 배분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려면, 갖가지 묘안과 평가를 시도해야 한다. 그곳에서부터 공자가 말한 균배의 민생정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산심의에 대한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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