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젊은 남자 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한쪽 눈의 위아래 눈꺼풀은 퉁퉁 부어 맞닿아있고, 그 틈새로는 빛조차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눈 주변조직의 부기는 단단했다. 누가 봐도 이건 트라우마, 즉 외상이다. 동호회 야구 시합중이던 환자는 타자가 친 강습 타구에 눈을 맞고 그대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후 이 환자는 매우 여러가지 병명의 진단을 받았다. 전방출혈 및 외상성 포도막염, 구후출혈, 안구돌출, 외상성 망막부종, 외상성 시신경병증, 안와 하벽 및 내벽 골절 등등.

외상에 의한 신체손상은 전신에 걸쳐 나타날 수 있고, 눈도 예외는 아니다. 외상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안과적 질환은 각막찰과상 같은 가벼운 것부터 실명 혹은 안구적출을 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필자는 안과 진료를 보면서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들을 보아왔다. 이에 생활 속에서 눈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경우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개구이를 먹다가 조개껍질이 눈에 튀었는데 너무 아파요.” 이런 경우는 단순히 각막 상피 손상에 의한 통증이 문제가 아니다. 뜨거운 것이 투명한 각막실질에 닿아 달걀흰자가 하얗게 익듯이 각막혼탁이 생길 수 있다. 이 각막혼탁이 동공에 가까운 중심부에 생겼을 경우엔, 어이없게도 조개구이 먹다가 영구적인 시력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꽃꽂이 하다가 나뭇가지가 눈을 스친 이후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눈물이 계속 나요.” “아이랑 놀아주다가 아이 손톱이 눈을 긁었어요” 이런 상황들로도 각막 상피가 손상되는 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각막 상피만 긁혀 손상된 경우 적절한 치료가 있다면 상피는 재생이 잘 되기 때문에 회복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외상으로 인해 한번 부착력이 약해진 각막상피는 추후 작은 자극에도 잘 벗겨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침에 눈을 뜰 때 견딜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하는 재발성각막상피미란이라는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한가지 더 주의할 점은 나뭇가지, 나뭇잎에 의해 눈 손상을 입었다면 치료가 어려운 진균감염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 꼭 안과 진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

“계단 걸어가다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는데 그때부터 눈이 잘 안 보여요.” 이 사람은 운 나쁘게도 눈을 계단 모서리에 찍었다. 각막은 전층으로 찢어졌고 전방수가 그 틈으로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응급수술로 각막열상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중심부를 침범한 열상으로 인해 환자의 시력은 예전 시력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찰나의 순간에 눈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가끔은 안경이란 것이 생활 속 작은 외상의 보호장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특히 스포츠를 할 때에는 스포츠고글 착용을 권하고 싶다. 잘 깨질 수 있는 일반 안경은 절대 금물이다. 안경이 깨지면서 눈에 이차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고글을 착용하면 눈으로 100% 전달될 힘을 고글이 나눠가짐으로써, 안구로 오는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실외스포츠의 경우 자외선 차단 효과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안외상이었을지라도 충혈, 눈물흘림, 통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방치하지 말고 빠르게 안과 진료를 보길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