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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딱 한 사람밖에 없어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꿉꿉해 목욕을 하고 싶어 하인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평소 부자라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몸에 밴 처지에 대중탕엘 가야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목욕도 제대로 못 할뿐더러 시쳇말로 모양 빠지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더운 여름날 하인에게 심부름을 보냈다. 그러나 하인은 한 나절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한참 기다리다 포기하고 낮잠이나 자려는데 하인이 나타났다. 그래 목욕탕에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사람이라곤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하인의 말을 믿고 서둘러 목욕탕으로 갔다. 수증기에 앞이 안 보였지만 목욕탕 안은 왁자지껄 북새통을 이루고 있음을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약속을 하고 모두 한꺼번에 목욕을 왔는지 애 어른 한데 엉켜 소리를 지르고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탕 속에서 무슨 발성연습이라도 하는지 목청을 돋우는 사람에 별의별 행동을 다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느 구석에 엉덩이 한쪽 걸칠 자리도 없고 이건 때를 닦는 게 아니라 오히려 때를 묻혀 갈 지경이다. 화가 치밀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하인을 불러 호통을 쳤다.

“너는 왜 심부름을 하지 않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하다 다 늦게 와서 공연히 헛걸음을 하게 하느냐?”

하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대답하기를

“제가 커다란 돌멩이를 목욕탕 문 앞에 가져다 놓고 지켜보았습니다. 돌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일찍이 돌을 발견하고 슬쩍 피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욕을 하며 발로 걷어차며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더니 어떤 사람이 자신도 하마터면 넘어질 뻔 하고 처음엔 당황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위험을 염려해서 힘들여 돌을 치운 사람은 그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제 눈에는 바로 그 사람만이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결코 주인님께 공연한 걸음을 하시도록 할 뜻은 없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이치에 맞아 할말이 없었다. 화를 누그러뜨리고 하인의 얼굴을 살펴보니 차림은 남루해도 이목구비가 반듯했고 눈빛이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의 집 하인으로 허드렛일을 하며 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친김에 하인에게 좀 더 나은 일을 시키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지혜와 식견에, 그보다 그의 사람 됨됨이에 깊이 감동하여 하인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덮어놓고 화를 내고 하던 일이 부끄럽고 후회가 되었다.

재물이 남보다 많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자신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게 하고 힘든 일을 시키고 그들의 노동을 통해 자신은 점점 재물을 불려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철따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좋은 옷을 입고 귀한 술이 떨어지지 않고 살았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도 가축과 함께 살게 했고 소작인들의 삶을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모든 하인과 소작인들을 자기의 집 가까이 살게 하면서 식량과 의복을 비롯한 생활을 보살피게 되었다. 그 후 그를 의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자손들이 번성했다. 그 하인은 더 이상 하인이 아니었다. 아들들의 스승으로 삼아 훈육하게 하였고 모두가 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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