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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쇳대박물관을 찾아서 1

 

 

 

수년 전 차가운 바람이 드세게 몰아치는 어느 날 우연히 찾아 들었던 곳이 쇳대박물관이었다. 그 때의 추억을 더듬어 간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오늘은 대학로에 자리한 쇳대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른 아침 마로니에공원을 지나 대학로 골목길을 한참을 찾아 ‘쇳대’라고 적힌 독특한 박물관 외관을 만난다. 계단을 올라 박물관 입구로 올라 내부로 향한다. 4층 상설전시관으로 먼저 올라보자.

4층 전시실 입구 통로에는 각종 열쇠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인테리어 효과뿐만 아니라 쇳대 박물관의 특색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쇳대’는 ‘열쇠’를 뜻하는 사투리이다. ‘쇳대’라는 말은 신세대들에겐 낯선 단어일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꽤나 익숙한 단어다. 어려서 할머니를 비롯해 부모님들로부터 접했던 말이어서 나름 친근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4층 전시실을 들어서니 입구에서 싱그러운 자연들판에 자리한 동자석이 반긴다. 어두운 전시실과는 다른 밝음에 한참을 바라보다 쇳대박물관 전시실 내부로 눈길을 돌린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은입사 자물쇠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은입사 자물쇠는 자물쇠 표면에 은선으로 문양을 장식한 자물쇠이다. 세월의 흔적 탓인지 은선은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무척 섬세한 표현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은입사 자물쇠를 지나면 ㄷ자형자물쇠와 함박형 자물쇠 그리고 원통형 자물쇠가 전시실 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ㄷ자형자물쇠는 생김새가 ‘ㄷ’와 모양이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함박형 자물쇠는 열쇠는 여는 부분이 함지박을 엎어놓은 모습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원통형 자물쇠는 ㄷ자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아랫부분이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원통형 자물쇠는 충청도를 중심으로 중부지방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함박형 자물쇠는 경상도에서, ㄷ자형 자물쇠는 전라도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원통형 자물쇠부터 꽤나 큰 사이즈의 자물쇠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자물쇠가 전시되어 있다. ‘삼강오륜(三綱五倫)’ 한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자물쇠도 눈에 띈다. 삼강오륜이외에도 자물쇠에는 ‘복(福)’, ‘충효(忠孝)’와 같은 ‘길상어문’과 ‘효제어문’들을 새겨 개인들의 작은 소망들을 기원했다.

원통형 자물쇠 중에는 용 두 마리가 새겨진 자물쇠도 만날 수 있다. 얼핏 보면 대충 새겨넣은 것 같지만 보면 볼수록 ‘용’의 생김새에 정감이 간다. 대나무의 모양의 원통형 자물쇠도 눈에 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의 하나로 이 자물쇠는 분명 양반가의 남성들의 공간에 채워진 자물쇠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거북모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빗장 코너로 발길을 옮긴다. 빗장은 옛날 한옥의 대문을 잠그던 잠금장치를 말한다. 요즘은 금속으로 된 빗장을 사용한다거나 디지털 잠금장치를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나무로 된 잠금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단순히 잠금장치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다.

빗장은 ‘둔테’와 ‘빗장’이 하나의 세트로 되어 있는데, 양쪽 대문을 가로질러 걸게 되는 기다란 나무막대를 ‘빗장’이라고 하고, 이 빗장을 걸기 위해 부착한 형상을 ‘둔테’라고 부른다. 이 모두를 합해서 흔히 ‘빗장’ 또는 ‘문빗장’이라고 부른다. 빗장을 관람할 때는 ‘둔테’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포인트다. 가장 많은 모양이 거북모양이다. 장수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거북모양이 왜 집안의 출입을 통제하는 대문에 나와 있는 것일까.

거북은 딱딱한 등딱지 때문에 ‘수호’의 상징으로도 여겼다. 이 딱딱한 등딱지를 방패역할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 주기를 기원했다. 또한 거북이 빗장을 꼭 물어서 문을 단단하게 잠그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데, 이는 한 번 물면 놓치 않는 거북이의 습성에 기인한 것이다.

쇳대 박물관에는 다양한 거북모양의 빗장이 자리하고 있다. 거북모양의 빗장과 함께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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