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지식과 양심]‘1944년 겨울’行 타임머신

 

‘아베 노부유키의 저주’가 실제 존재한다면, 필자는 그것이 망언이 아니라 아베의 중대한 실수라는 이견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 속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 긍정적인 미래를 찾을 수 있는 해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조선의 역사가 위대했음을 분명히 알려줬고, 그 위대한 역사를 조작·훼손하며 우리가 영원히 반목·갈등하고 단결할 수 없는 장치로 식민사관을 심어뒀음을 고백했다. 또 100년이 지나도 그들의 진법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예적 삶을 사는 동안 자신들이 돌아올 것임을 장담하며 그의 후손들도 끝없이 한반도를 정복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예견했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으로 패전과 함께 짐 싸기 바빴던 그에게 이성 보다는 감성이 지배된 탓에 나온 최대의 실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에겐 분명한 질문과 과제가 남는다. 도대체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대단했기에, 그리고 일본인들이 어디까지 훼손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조선사편수회 회원으로 한국사를 왜곡 말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마니시 류는 오른손 수술을 6번 받고서 끝내 감각이 없자 왼손으로 글쓰기 연습을 해 조선사를 완료했다는 대단한(?)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더불어 우리가 영원히 대동단결할 수 없도록 그들이 심어둔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풀어나갈 수 있을까하는 과제가 남는다.

 

광복 직후 우리에겐 일제치하로 잃어버린 전통을 되찾고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시간은 커녕 ‘친탁반탁의 분란’, ’전쟁과 폐허’, ‘정치적 혼란과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등 격변의 세월을 보내어 왔다. 그 와중에도 생존을 위해 무한경쟁하다보니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경제국가도 됐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질주하는 동안 겹겹이 쌓여진 사회적 모순들을 어쩔 수 없이 눈감으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뿌리 없는 나무가 아무리 화려한 꽃과 과실을 접붙인들 오래가지 못함에 대한 위기 또한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그 토대 위에 국민적 대화합의 장을 펼쳐 새롭게 미래의 희망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광복 직후부터 지금껏 우리는 모든 전개과정들을 알고 있고, 바둑에서 복기하듯 미연에 방지해야 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땅에는 지식인들로 넘치고 양심인들도 많다. 그들 모두가 탑승하여 ‘1944년 겨울’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베 노부유키의 실언을 재해석하면서 모두가 집단각성을 일으켜 한 마음 한 뜻으로 행동해야 할 시기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이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 세대의 과제이다. 이것을 위한 가장 큰 전제는 서로 다른 신념체계로 인한 ‘분열과 분란의 요소’들을 잠시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물리적이며 직선적인 시간개념과는 달리 원형적·순환적 시간관과 역사관에서는 ‘태동과 성장 발전’ 그리고 ‘쇠태와 멸망’의 유형이 반복된다고 한다.

 

요즈음 대다수 한국인들은 지금의 시기를 두고서 100년 역사에 한번 있을까하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잠재적 공감을 이루고 있다. 지난 70년간의 행보 이후, 지금이 다음 걸음을 내딛기에는 희망과 불안이 혼재된 역사적 전환점임을 모두가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위기가 내일의 몰락이 될 수도, 아니면 오늘의 희망이 내일의 번영을 맞게 될지는 ‘어제와 같은 순환주기를 반복하느냐, 수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타임머신의 개념을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규정해보면 어떨까?

 

아베 노부유키가 말했던 “위대한 역사를 가졌다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있는 지의 자각과 또한 어디로 향해 나갈 것인가의 진지한 탐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이다.

 

며칠 뒤 맞이할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1945년 광복의 해로 여기며 새롭게 시작할 각오로 오늘날의 지성들은 모두 함께 ‘1944년 겨울’행(行) 타임머신에 탑승하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