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서면 골목 하나 두고
한쪽은 출근, 다른 한쪽은 퇴근
다른 세상간의 경계에 사는 느낌
6년간 찍은 사창가 일상적 풍경
기준없이 한 프레임 안에 배치
김용선 작가는 주변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집 앞의 화단,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 지나다 마주친 모텔 간판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사물들이지만, 우리는 그 사물이 어떤 공간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가치로 판단하기도 한다.
‘모범약국 옆 두 번째 빨간 집’ 전시를 통해 수원역 인근 사창가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소개하는 김용선 작가는 편견없이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김 작가는 고등학교 때 사창가 뒷골목으로 이사를 오면서 ‘모범약국 옆 두 번째 빨간 집’과 만났다.
김용선 작가는 “사창가와 수원역은 얼마안되는 거리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아침에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서면 골목 하나를 두고 한 쪽은 출근하는 행렬로 붐비지만, 한쪽은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과 몇십 미터 떨어져 있지만 다른 세상간의 경계에 사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용선 작가는 경계를 오가며 자신이 어디에 속해있는지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고, 6년간 사창가 곳곳의 흔적을 사진에 담았다.
김 작가는 “누구나 사용하는 사물들은 이 공간에 들어오면서 성적인 기능이 덧입혀진 채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입견없이 그 공간을 바라보고자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전등 스위치, 에어컨, 의자를 비롯해 tv를 보거나 화장을 하는 모습 등 일상적인 풍경을 담았다”고 말했다.
편견이나 선입견 속에 사는 그들의 본질을 찾는 것은 곧 자신의 본질을 찾는 행위였다.
따라서 김용선 작가는 본인의 고민들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작품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오가며 흔들렸던 자아를 보여주고자, 6년간 찍은 사진을 기준없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거울에 사진을 붙여 벌어진 틈새로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연출했다”고 밝혔다.
전시장 끝에 걸린 여성의 옆모습을 클로즈업시킨 사진에는 그가 해왔던 고민의 답이 담겨있다.
김용선 작가는 “사람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얼굴과 실루엣을 배제하고 피부에만 집중한 사진을 찍었다. 이를 통해 선입견에 갇혀 간과해버린 본질을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