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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위해 선입견을 깨고 전진하다

유니세프 총재 ‘짐그랜트’에세이
사업 초기 ‘경구 재수화염’ 관심
정치 지도자 만나 지지 이끌어내

 

‘휴머니스트 오블리주’는 1980년에서 1995년까지 유니세프 총재였던 짐 그랜트가 유니세프 3대 총재로 재임했던 15년을 중심으로 그의 치열하고 대담했던 삶을 그린 에세이다.

저자는 ‘유니세프 미국 기금’에서 일하면서 짐 그랜트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썼다.

그는 짐 그랜트를 가리켜 “현대사에 이토록 심오한 영향을 끼치고, 빈곤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짐 그랜트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첫 공식 성명에서 유니세프의 활동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역설해 직원들을 긴장시켰고 해마다 1400만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죽음을 말하며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어린이 죽음은 대부분 설사, 영양실조, 폐렴, 홍역 등 몇 가지 안 되는 원인이었다. 의학 기술이나 비싼 시설 없이 기본적 처치로 예방 가능한 것이었다.

유니세프의 비약적인 발전을 구상했던 그랜트는 조심스럽게 선택하고 목표를 정한 다음 자원과 열정을 쏟아붓는 것에 집중했다.

사업 초기의 관심은 경구 재수화염이었다. 소금과 설탕을 일정 비율로 섞어 물에 타서 먹이면 아이들의 설사병을 잡을 수 있다. 그야말로 값싸고 사용 간편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았다.

그랜트의 관심은 예방 접종으로 옮겨 갔다. 설사보다는 덜 거북한 주제라서 홍보하기 쉽다는 점, 측정 가능하고 결과를 내놓기 용이하다는 게 큰 이유였다. 결국 경구 재수화염과 예방 접종은 어린이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동 사망 같은 ‘증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 빈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상향식 해결책을 무시한다는 비판 등이 넘쳐났다.

가장 심한 반대세력은 세계보건기구였다. ‘실행 가능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그랜트의 방식이 ‘지속 가능성’과 ‘탄탄한 1차 진료 시스템 구축’이 첫걸음이라는 신념을 가진 세계보건기구와 철학적 언쟁으로까지 번졌다.

그랜트는 조직 내부의 저항을 뚫고 나갈 힘을 밖에서 찾았다. 자신의 원대한 비전을 담은 열정의 연례 보고서를 만들어 대중 매체와 접촉했으며 인도,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정치 지도자를 만나 지지를 끌어냈다. 교황도 만나 지원을 확보했다.

이같은 그랜트의 공세는 유니세프의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어린이들의 생존과 건강을 전 세계적인 최우선 과제로 만들려면 힘을 가진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유니세프는 그랜트의 아동 생존 혁명 덕분에 그의 총재 재임 시절 2천500만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건졌다고 추산한다.

그의 아동 생존 혁명으로 1980년 16-17%였던 예방 접종률은 1991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내는 6가지 질병의 예방 접종률은 80%를 넘었다.

예방 접종으로 매년 300만 명, 경구 재수화염으로 100만 명이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랜트의 그의 신념은 분명했다. 인류 발전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측정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것을 끌어들여 힘 있게 추진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꿨다.

짐 그랜트의 삶을 통해 고결한 신념과 이상을 가진 한 인간이 세상에서 그것을 실현해 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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