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정부는 교체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도 바뀌고, 국민도 바뀌는 것일까? 요즘 바뀌는 것이 너무 많아 갈등도 많아 보인다. 지난 10월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로 갈라졌던 찬반양론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가까스로 봉합되었다.

며칠 전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불법시위로 막았던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정부가 제기한 34억 원대의 구상권 소송을 취하하였다. 정부는 이미 공사지연 손해배상으로 시공사에 273억 원을 지불하였다. 모두 지난 정부 이전부터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다.

더 심각한 사례로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지 문제다. 자립형사립고는 2002년에 만들어졌고 이후의 자사고들도 이미 1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고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은 교육감이 일반고로 강제배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자사고들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위배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많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에서부터 진행되어 온 사업들이 전혀 새로 시작되어야 할까? 이런 정책들은 오랫동안 토론을 통하여 갈등을 봉합하고 결정된 것이다. 그런 것들을 모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 갈등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부교체의 모습이 아니며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런 사업들은 대개 대통령의 임기 5년을 넘는 장기적인 것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영원히 지속되고 국가는 대외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이전 정부가 시작한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속되어야

지난 9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하여 212억 원의 국고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조원의 손실이 났는데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는 의견과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자원외교에 대한 감사와 사법처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때 시작되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월 바툴가 몽골 대통령을 만나 ‘형제 같은 나라’라며 친근함을 표시했고 바툴가 대통령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화답했다. 그는 자원외교가 한창일 때 도로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어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자원외교는 단절되었고 네크워크는 사라졌다. 당시의 친한파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활용할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져 버렸다. 김신종 전 사장 항소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에는 경영상의 판단이 포함됐다.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책임은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정책의 기본은 지속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미래의 정책을 설계하고 토대를 마련해야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창조경제와 새마을운동 등 과거 정부 사업이라도 의미 있는 사업은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칭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예산은 대폭 줄었다. 올해 예산은 650억 원대로 기본사업비 437억 원 외에도 200억 원이 넘는 고유사업비가 있었다. 그러나 내년 예산은 378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고유사업비 잔액은 0원이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 모두 이 나라의 주인이다.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는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바뀔 뿐이다. 그래서 국민은 안심하고 살 수 있고 정권교체를 통하여 새 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든 사업을 없애고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미래 정책을 설계하고 토대를 마련할 뿐이다. 오래 시행되어 온 정책을 단번에 없애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대통령 임기 중 모든 것을 보여주려다 실패했던 이전 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새 정책들은 다음 정부에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너무 비현실적인가? 미국연방헌법 수정27조(1992년 비준)는 “상하의원의 세비변경에 관한 법률은 다음 하원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눈앞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미래세대의 입장에서 모든 정책을 정하되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미래를 열어 가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