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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성탄과 변혁

 

앞으로 닷새 후면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일이고 열흘 후면 새해 2018년이 시작된다. 예수가 나사렛이라는 가난한 시골구석, 그것도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과 불과 33세에 십자가상에서 사망하신 것은 그 분의 거칠고 힘든 인생여정을 말해 준다.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글자 그대로 믿지 않을지라도 이 내용이 어떤 근거도 없이 기록되지는 않았을 터이므로 성경을 통해 대략 그의 인생을 추측해 볼 수는 있다. 예수가 정말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돌아가신 것일까, 또 사흘 만에 부활하셨을까?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교리적 신앙고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 예수가 로마에 항거한 젊은 유대 독립투사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유대인들의 영웅이 될 수 있겠지만 주님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예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어떤 영적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성경에 기록된 그의 어록을 보면 그런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1980년대 국내에서 한참 연구되었던 해방신학과 흑인신학, 민중신학은 기독교 이 천년 역사 동안 교리로 포장된 예수의 옷을 벗기고 그가 무엇을 했던 분인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결론은 예수는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의 친구로서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해방시키고자 혼신을 다했던 분이었다는 것이다. 예수는 무폭력 혁명가였을 수 있다. 또 정치범이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대민족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국지적인 혁명가를 넘어서서 그에게는 비범한 신의 아우라가 있었기 때문에 예수를 따르던 무리들은 그를 하나님의 외아들이라고 칭송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예수의 행적을 따라 살기로 결심하고 특정장소에 정기적으로 모여 그를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서로 갖은 것을 나누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한 것이 지금의 2천년 기독교 전통이 된 것이다.

비 신앙인이 바라보는 예수와 기독교신자들이 믿고 있는 예수는 동일인물이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예수는 분명히 평화주의자였고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였으며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부자들에게는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하라고 했다는 점이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교회들은 이런 아기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찬미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교회는 150년 선교역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교회가 부러워하며 한국개신교회에 견학오고 유학까지 오는 세계의 한국교회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럽고 무엇을 배우려고 한국교회를 찾는 것일까, 한국교회가 이웃사랑을 너무 많이 실천해서 한국사회가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가 된 것을 배우러 온 것일까? 이들이 배우러 오는 것은 오직 양적성장이다. 기복성에 바탕을 둔 왜곡된 한국교회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지만 근래 몇 한국개신교회의 행적을 보면 시민들에게 비춰진 교회 전체이미지는 소수의 못난 교회들에 의해 예수정신을 위반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위험하고 일그러진 모습이다. 성탄 날에 예수가 이 땅에 강림하여 지금 한국의 정치 사회와 교회를 바라보고 한 말씀 하신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하다. ‘무덤에 회칠한 이 바리사이파들아!’라며 탄식하실 것 같다. 어쩌면 몇 대형교회의 지도자들은 예수가 부디 이 땅에 오지 말기를 기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주기도문에 있듯이 하나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하지만 정작 도래하면 교회는 사라질 것이고 이 순간 세습은커녕 명예와 종교권력과 부도 모두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 고백하는 내용과 품고 있는 욕망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행동이 이토록 괴리된 기독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한국교회에 견학을 온 사람들에게 담당자들은 무엇을 자랑하고 있는지 뻔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아무런 변화 없이 허무하게 보낸 마당에 새해에는 성탄절에만 보이기식의 나눔은 지양하고 교회부터 부디 세속적인 욕심을 벗고 예수정신을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비록 내 몸처럼까지는 못할지라도 소외된 이웃의 친구가 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변혁의 기구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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