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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무술년(戊戌年)

개에게는 오덕(五德)의 품성이 있다고 한다. 오로지 주인만 따르는 ‘의리’에선 세상에 따를 자가 없고. 주인의 신분이 미천할지라도 그를 최고로 여기고 깔보는 법도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개가 주인을 배신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개는 ‘겸손’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인의 관심에 오감을 총동원한다. 그러면서 주인의 눈빛만으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금세 알아챈다. 개는 ‘사랑’의 화신이다. 멀리서 주인의 발소리만 들려도 꼬리를 흔들며 온 몸으로 애정을표한다. ‘희생’의 덕목도 지녔다. 지구상에 다른 종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존재는 오로지 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오수의 개’이야기다.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근거를 둔 실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북 임실에 사는 김개인은 이웃 동네 잔칫집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풀숲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개는 냇물로 내려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위를 축축하게 적시었다. 사력을 다해 물가를 오가던 개는 지쳐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감동한 나머지, 장사를 지내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났고 이 곳을 오수(獒樹)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생명을 다했다는 일본의 ‘하치’. 영국의 여류소설가 위다가 구전을 정리한 ‘플란더스의 개’ 버림받은 자신을 데려다 키운 소년과 함께 생사를 같이 한 ‘파트라슈’ 등 인간에게 헌신한 눈물겨운 개 이야기는 각 나라마다 부지기수다.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각종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져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충복의 상징 ‘개’. 이러한 개의 해를 의미하는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1598년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戰方急愼勿言我死)”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유언이 남겨진 무술년이 420년 만에 다시 온 것이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위해 오덕을 행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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