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情과 나눔 있는 행복洞 만들다

기존 원곡 1·2동 통합 행정구역 개편
통합 후 청소 문제 등으로 갈등
매주 목요일마다 ‘깨끗한 거리 만들기’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 소모임도 추진

 

■ 안산시 최초 통합동 탄생

안산시 단원구 백운동은 지난 7월 1일 시의 행정운영동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에 따라 기존의 원곡1동과 원곡2동이 통합돼 탄생한 동이다. 그동안 시는 꾸준한 인구 증가에 따라 하나의 동을 2개로 나누는 행정절차는 밟아왔지만, 2개의 동을 하나로 통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운동은 안산 최초의 통합동이 된 것이다.

통합 당시 원곡1동은 반월스마트허브와 인접한 위치 특성상 공단 근로자와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주택지역(외국인 밀집지역)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연립단지가 공존하는 인구 1만여 명(외국인 4천600여 명 포함)의 동이었다.원곡2동은 신도시 초기 형성된 교통과 재래시장의 중심지에서 2006년 하반기까지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거쳐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대형아파트가 밀집한 인구 1만6천여명(외국인 200여명 포함)의 주거밀집지역이었다.

이렇게 다른 특성을 지닌 2개의 동이 통합되면서 양 지역주민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기도 했지만, 주민간의 대화와 이해, 양보와 협동 등 소통의 노력을 통해 ‘정과 나눔이 있어 행복한 백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지역여건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한 통합 초기에는 택시를 타고 “백운동주민센터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택시기사님이 어딘지 잘 몰랐다. ‘안산에 그런 동이 있나요?’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민들도 동을 찾아와 “택배를 보낼 주소를 백운동으로 써야 되요? 아님 그냥 원곡동으로 써야 되요?”하고 묻기 다반사였다. 동 직원들은 “행정동 명칭은 바뀌었지만 법정동은 그대로여서 원곡동으로 써도 된다”고 안내했다. 바뀐 동 명칭은 주민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생소하고 낯설었다.

동이 통합되면 지역의 모든 상황이 잘 정리될 줄 알았다. 쉽게 보였다. 하지만 저소득층 확대, 주차문제, 관할구역 확대 등 지역 현안이 다른 2개의 동이 통합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생겼다.

통합 이전의 2개 동은 나름대로 공동체 활동도 잘 하고 각자의 동 주민들끼리도 화합이 잘 되는 곳 중 하나였다. 하지만 통합 후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이 주민들의 화합을 어렵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을 청소문제였다.

원곡1동은 등록외국인만 5천명에 육박하는 지역이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원곡동다문화특구에서 벗어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거주지인 다문화특구지역의 규제특례, 특화사업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 등의 해택을 보지 못했다. 원곡1동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동 통합 후 청소 문제로 인한 민원이 빈발하면서 백운동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4개의 대형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원곡2동 주민들에게 쓰레기종량제 봉투가 아닌 검정비닐봉투에 담겨진 채 골목길에 쌓여 있는 쓰레기는 전혀 접해 보지 못한 문제였던 것이다.

통합 후 마을 청소 봉사활동에 참여한 일부 원곡2동 지역 주민은 “몇 년을 아파트에만 살다가 여기(원곡1동)는 처음 와 봤는데. 이런 곳이 다 있었네.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완전 다르네”라며 불평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통합이 되긴 했지만 너무 다른 지역여건이 불협화음의 단초가 되었다.

 

 

 



해결은 주민 스스로

통합 후 몇 달은 어려움이 계속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화합을 위한 자리를 만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융합이 되었다.

1달에 한 번 하던 국토대청결운동을 ‘깨끗한 거리 만들기 사업’으로 전환시켜 매주 목요일 청소를 시작했다.

“왜 여기만 청소를 하는지? 여기가 이런 곳이었는지 몰랐다”며 불만을 늘어놓던 일부 주민들도 조금씩 이해하고 우리동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생활패턴이 자주 만나고 함께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합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골목길이 조금씩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아! 주민이 함께하면 이런 점이 좋아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소모임도 주민 스스로 갖기 시작했다.백운동을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수차례의 회의와 모임이 열리면서 스스로가 마을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을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이제 시작이지만 주민 스스로가 작은 생각을 모아서 활동을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금씩 노력해 가는 것이 나중에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발걸음도 함께했다. 통합 이후 진행된 ‘반찬 만들기 봉사’, ‘사랑愛 김장나누기’, ‘이웃사랑 나눔 쌀 전달’ 등 동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후원의 손길도 늘기 시작했다. 2개 동의 자원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해결 못한 문제 많지만 하나하나 잘 풀어내면

백운동 주민들이 매주 함께 청소도 하고 계도로 하고 있지만 통합 동 이전의 원곡1동 외국인 밀집지역의 청소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곡동다문화특구에 상응하는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까지는 주민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백운동행정복지센터는 주민 화합을 위해 양지마을 축제, 주민화합 한마당(명랑운동회)등 함께 모여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새마을회 등 유관단체 회원들과 틈만 나면 모여서 배추도 심고, 김장도 함께 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작은 일도 함께하고, 봉사도 함께하며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한 유관단체 회원은 “처음 시작은 삐걱거리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주택지역의 쓰레기문제도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만나서 움직이고 서로 솔선수범 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우리동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이라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이 회원은 “이제 시작이다. 백운동 주민들이 직접 정한 슬로건인 ‘정과 나눔이 있어 행복한 백운동’을 만들기 위한 주민운동이 시작된 만큼, 황금개띠해인 2018년 무술년에도 주민 스스로 열심히 뛰면 막힘없이 모든 일이 잘되는 백운동의 모습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