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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현란한 디지털 암호화폐기술, 혁신인가, 과열투기인가?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Bitcoin)이 화제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것을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고 한다. 아직 가상화폐의 개념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인데, 유럽중앙은행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가상세계에서 이용되고 가상화폐 발행기관이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의 한 유형으로 법적 규제가 거의 없는 화폐’라고 정의한다.

그 가격대가 몇 달 만에 30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급상승에 세계적인 이슈거리이다. 또 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안전문제로 이어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무엇이 더 안전할까?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수조원의 거래가 오가는 주식시장이나 은행에서 종이가 아닌 인터넷으로 거래내역이 전산처리되는 것을 별로 의심하진 않는다. 그런데 실제 은행이 코픽스금리를 잘못 계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 북한이 농협을 해킹했다는 특보까지 있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으로 은행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투개표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CCTV와 참관인, 방송사의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서 과거의 민심을 조작하려 했든 기관들의 범죄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자투개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법적인 요건은 되어 있지만 유권자의 정서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 있어 모바일 투표는 특정정치집단이 자신에게 유리한 지지층을 동원하기 위하여 정착시킨 제도여서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디지털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자가 모순성을 띄고 있다. 예를 들면, 보안문제로 보안에 가장 취약한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덕지덕지 깔게 하는 은행이 그렇다. 또한 최신 혁신기술을 연구하면서도 과제관리는 딱풀로 영수증을 붙여 제출하게 하는 연구기관 및 법인들이 그러하다.

최근 비트코인은 단기과열에 대한 투기심리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심리가 혼란을 가져다 주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혁신 가치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화폐로서의 혁신성, 거래의 새로운 정산 및 청산 수단, 금융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능성, 새로운 디지털 사업의 가능성이다. 임의로 분할해 쓸 수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을 허용한다. 이는 ‘현금 없는 사회’, ‘잔돈 없는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한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거래소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는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면에만 치우친 탓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가상화폐 거래는 무법지대로 실명인증이 필요하지 않다. 국내거래소는 규제에 대비해서 어느 정도 인증절차를 거치기는 했지만 은행이나 주식거래에 비하면 약하다. 게다가 거래를 통해 수수료만 내면 소득세를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변혁의 본질적 혁신 가치에 대한 이해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관점이 맞는가를 떠나 분명한 것은 현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득에 따를 수 있는 위험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결정자가 아니다.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 믿고 싶어 하지만 어처구니없이 재난의 판단을 해버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득과 손실이 지배하는 상호 확률상황에서 이득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손실에 대한 인식은 아주 미미하게 작동한다. 특히 그동안의 여러 악재에 요행히도 잘 버텼던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은 강하다. 이런 믿음은 손실에 대한 가능성이나 버블일 것이라는 우려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게 한다.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호화폐가 랜섬웨어 몸값지불수단으로 쓰이고, 보편적 금융수단이 아니라 소수에 의해 독점된 자산이 되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문제다. 디지털기술은 아무리 현란해도 기술일 뿐이다. 디지털기술을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 문화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파트 안전에 열쇠보다 디지털도어록이 더 어울린다고 느끼는 것 하고 같다. 믿음과 불신, 의심과 맹신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탐욕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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