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이준구의 世上萬事]우물쭈물하다가 맞는 회갑(回甲)이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살면서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어르신들을 보면 아직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사치라 느끼지만 정말 우물쭈물하다가 60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회갑을 맞으셨을 때만 해도 지긋하신 60의 나이는 꽤나 많은 것으로 생각했다. ‘나도 회갑이 올까?’ 이런 생각도 했을 터다. 그러나 60이란 숫자는 나에게도 도적처럼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것이 인생이려니 하면서도 막상 2018년 달력을 쳐다보니 불현듯 착잡한 생각이 스며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카피가 위로가 된다지만 60이라는 나이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니다. 버나드 쇼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살다보면 후회도 있고, 또 죽음이 정해진 것이라는 말을 묘비에라도 남기고 싶게 마련이다. 그토록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던 ‘58년 개띠’들이 이제 회갑을 맞아 사회의 뒷전으로 다 물러났다. 공무원들도 법적으로 지난 해 공로연수란 이름으로 퇴직했다. 관공서마다 58년생들이 줄줄이 나가다보니 올해는 승진 풍년이다.

요즘의 세태로 보면 아직 추억을 얘기하긴 이른 나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지나온 날들이 많은지라 추억이 그리워진다. 초등학교 시절인 1960년대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해가 저물 때까지 공차기와 구슬치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에는 컴퓨터 비디오는커녕 TV조차 없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어머니가 “00야! 저녁밥 먹어라”고 소리치실 때까지 우리들은 동네 교회 옆 버려진 공터에서 딱지와 구슬 따먹기, 자치기에 열중했다. 아버지가 자동차 정비공인 친구가 갖고 있는 ‘쇠 다마’가 무척이나 부러웠던 그 때 그 시절이었다. 만화가게에서 주인 아저씨가 찍어준 도장 10개를 정성껏 모아 1시간씩 TV를 볼 수 있음이 행복했다. 58년 개띠들이 갖고 있는 추억의 그리운 그 시절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1958년생은 시간적·생물학적 개념을 넘어 변화와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지 몇 년 뒤인 1965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100달러를 넘지 못했다. 뺑뺑이를 돌려 중학교에 들어간 1971년 교실과 교문에는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이라는 표어가 붙었지만 희망사항일 뿐 그때 국민소득은 고작 292달러였다. 그나마 그것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덕이었다. 중학교 무시험 입학의 대가는 사상 최고 경쟁률의 대학입시를 겪게 했고, 군에서 또 12·12 군사쿠데타를 맞기도 했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진 군사독재 치하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신참 직장인 시절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세상이 바뀌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또 한창 일할 나이인 1997년 한겨울에는 혹독한 IMF를 만나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내몰리기도 했다.

파란만장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맨 땅에서 헤쳐온 족속 58년 개띠들이 이제 회갑을 맞아 고령화 사회를 심화시킬 주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면서도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세대다. 60대가 되면 직업의 평등을 가져온다고 했지만 아직도 한창 일할 나이다. 인생의 이모작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에 꿈과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 공교롭게도 30세의 나이에 88서울올림픽이 열렸는데 회갑인 올해 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어 통일논의의 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제부터 인생의 멋진 책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뛰자. 과거는 다시 쓸 수 없겠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마음대로 쓸 수 있지 않은가. 2018년 새해, ‘1958년 무술년 개띠’들의 파이팅을 외쳐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