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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옛날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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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11일  19:36:25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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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윤 시인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 그러니까 요즘의 초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 때는 집집마다 아이들이 참 많았다. 형제가 대여섯은 적은 편이고 일고여덟은 보통이고 열 명이 넘는 집도 있었다. 삼대가 사는 집도 많았고 사대가 한 집에 사는 집도 많아 조카보다 나이 어린 삼촌이나 고모가 함께 뒹굴고 싸우며 자랐다.

베이비부머시대의 절정기여서 학교는 말 그대로 콩나물 교실이었다. 시골의 조그만 학교에서도 오전 오후 2부제 수업을 했다. 콩나물 교실의 공부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봄이면 밖으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여름이 되면 더위를 잊기도 하고 오후반에 교실을 비워주기 위해 선생님은 가까운 조종천으로 한 학년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물놀이를 하며 잠깐씩 더위를 물리치기도 했는데 비라도 내리면 지루한 분위기도 바꿀 겸 담임선생님께서 옛날얘기를 해 주셨다.

바로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의 이야기였다. 주원장의 어머니는 그를 낳은 다음 곧바로 세상을 떴고 아버지는 두문불출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구걸을 하다시피 해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던 주원장은 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가 탁발승으로 살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듣게 된다.

오랜만에 찾아간 집은 거의 쓰러져가고 아버지의 시신은 이미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장례라고 해 봐야 수의를 입히고 관을 마련할 형편도 안 되어 입은 옷 그대로 밀짚으로 엮은 거적에 둘둘 말아 들것으로 운구를 하고 외진 땅을 파고 묻었다.

이 때 탁발승이던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함께 했는데 한 사람이 장례가 끝날 무렵 숨을 헐떡이며 주원장 앞에 허리를 굽혔다.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은 주원장이 그의 목을 치자 선혈이 무덤 위로 뿌려졌다. 그리고 거느린 무리를 이끌고 홍건적으로 들어갔다.

그가 탁발승으로 있던 시절 한 승려가 그의 얼굴을 보며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네가 부모상을 당해 금으로 만든 관을 쓰고 무덤 앞에 100명의 문상객이 절을 하고 한 사람의 목을 제물로 바치면 훗날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바로 밀짚으로 된 거적에 햇빛이 비추자 금빛으로 빛났고 백 명의 부하들이 무덤 앞에 절을 했으며 늦게 온 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예언이 이루어져 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되었다.

물론 그 예언 때문에 주원장이 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사람은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너희들이 지금은 조그만 시골 학교에 다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이 다음에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선생님은 옛날 얘기를 마치셨다.

특별한 시설이 없던 시절 체육시간이면 달리기나 줄넘기가 대부분이었고 공이라도 주어지는 날엔 피구를 하며 놀았어도 부족한 줄을 몰랐고 선생님의 풍금소리만 들리면 우리는 누가 뭐래도 그 지역에서 제일가는 합창단이 되었다.

우리가 지루해 하거나 공부에 집중을 안 하는 기색이면 조금 있다 옛날 얘기 해준다고 하시며 우리를 달래주셨다. 텔레비전도 없고 특별한 장난감도 없던 시절 선생님의 옛날 얘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어떤 놀이보다 재미있었다.

지금도 손짓발짓까지 동원하시며 구수하게 옛날 얘기를 해주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생생하다. 선생님께서 지금의 나를 보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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