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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군부독재 시절의 추억

 

1980년대는 군부독재 또는 민주화 투쟁의 시절이라 불린다. 당시 대통령이 군부출신이래서기 보다 국가운영방식이 군대식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본고사 폐지와 과외금지 사례를 보자. 당시도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이 사회문제였다. 대학입시를 4~5개월 앞둔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본고사를 폐지하고 과외를 금지했다. 과외로 인한 빈부 간의 위화감을 없애고 수험생들을 입시의 2중고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 했다. 수년간 과외를 금지하고 단속하여 실제 처벌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자유로워졌다거나 사교육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현재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16일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보류하고 1년간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유아 대상 고액 영어학원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4년 제정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생들의 방과 후 영어수업은 금지된다. 그렇게 되면 유치원 때는 영어를 공부하다 1~2학년 때는 못하고, 3학년 때 다시 하게 될 것이다.



수요가 있는 한 단순한 규제로 해결할 수 없어

지나친 조기 영어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률적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군부독재 시절의 과외금지와 마찬가지다. 그나마 당시에는 반발이 있다고 정책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정책들은 반대여론에 밀려 시행도 못하고 혼선만 키우는 모양새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외고·자사고 폐지 등 내놓았다가 표류하는 정책들이 많다. 교육정책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반발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정부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후 경제부총리는 “폐쇄 옵션이 살아 있다”고 했고, 금융위원장은 “욕을 먹더라도 정부는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추진하다가 보류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물론 군부독재 시절이 낫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빗나간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이 많아서 우려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으려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대여섯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국세청은 최근 5개월간 4차례 세무조사를 했다. 아파트 구매자의 자금출처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걸로 강남 집값이 잡힐까?



세밀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원인을 해결해야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자가 있는데 그 수요를 범죄로 규정하고 금지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교육열은 장점이지 죄악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사교육의 과열과 빈부에 따른 교육격차로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이런 교육수요를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즉 공교육이 사교육을 대체해야 한다. 물론 지나친 조기교육 등 비교육적인 부분까지 감당할 필요는 없다. 일부 지나친 사람들이 있다면 내버려두고, 이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100%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투기열풍도 마찬가지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돈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를 양성화하여 투명한 거래질서를 만들고 세금을 통하여 이익을 환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정책은 체계적이고 세밀하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강남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입시명문고들이 모인 8학군이 형성되면서부터다. 그 구도를 깨는 계기가 된 것이 특목고들의 등장인데, 특목고를 폐지하면 강남에 입시명문고들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강남 집에 대한 수요가 늘 텐데 규제로만 강남 집값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정책의 모순은 부처 간 조율에 소홀하고 수요자의 입장을 덜 고려한 탓이다. 정치권에서 강조되는 ‘협치(governance)’란 정부의 일방적 통치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고 일정부분 책임지는 국가운영을 말한다.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때로는 국민에게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군부독재 시절의 행정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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