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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병원24시

 

모두가 잠든 밤, 잠을 몰아내며 숨 막히게 돌아가는 곳이 있다. 교통사고 환자부터 신생아까지 남녀노소 시간을 불문하고 들이닥치는 곳 바로 응급실이다. 새벽 1시 남편이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토하고 어지럽다고 한다.

혹여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이런저런 불길하고 방정맞은 생각을 꾹꾹 누르며 찾아간 병원 응급실은 그 시간에도 대기를 해야 할 만큼 환자가 많았다. 교통사고로 119에 실려 오는 환자도 있고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 그리고 신생아를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초보 부모까지 말 그대로 병원은 응급환자로 북새통이었다.

접수를 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실에 있는데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젊은이 몇이 웅성웅성하고 있다. 술 먹다 시비가 생겨 사고가 났나보다 짐작했는데 남편을 따라 응급실에 들어가니 어이없는 상황이다.

갓 스물이 넘었을까 하는 여자가 만취상태가 되어 토하고 소리 지르고 울고 난리다. 간호사가 토사물을 받아내고 응급조치를 한 후 여자를 진정시키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고 얼마 후 아무 이상 없으니 돌아가도 좋다는 의사의 검진결과가 나왔다. 여자는 술이 좀 깼는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행은 웃고 떠들고 창피하겠다며 시끌벅적하다.

간호사가 몇 번 주의를 주고 난 후 한 무리 일행은 나가고 여자보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가 여자를 달랜다. 여자는 남자 품에 안겨 응급실을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생과 사를 가르는 응급실에서 손뼉치고 박장대소하는 일이며 응급실에 실려 올 만큼 폭음을 하고 얼굴도 못 들고 병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씁쓸했다.

남편이 링거를 맞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3시간 정도 기다리는 동안 응급실의 천태만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다림이 길어진다고 폭언을 쏟아내기도 하고 순서가 밀리자 아파죽겠다며 시비를 걸기도 하는 등 크고 작은 일들로 응급실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환자가 오는 곳이다. 의료진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했다. 환자는 계속 바뀌고 표정 없는 의료진들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철했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환자는 환자대로 고통을 호소하고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어쩔 줄 몰라 하며 희비가 교차하는 곳이다.

얼마 전 몇 군데 병원을 전전긍긍하다 결국 목숨을 잃은 아이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타까웠다. 아이가 죽어가면서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은 듯 했다. 누군가 좀 더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움직였다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의연할 수 있기는 힘들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애환과 노력이 사회의 한 쪽을 지탱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밤이다.

머리아픔에 관련된 검사를 마친 남편은 다행히 편두통이라는 검진결과가 나왔다. 몇 시간동안 마음은 졸였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뇌에 이상이 생겼을까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눈물이 핑 돌았고 감사했다. 응급실에서의 3시간이 많은 교훈을 줬다. 건강하게 숨 쉬고 있음에 대한 감사함과 겸손함 그리고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의 피땀 어린 노력이 귀중한 생명을 지키고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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