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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몽생미셸수도원에서의 기도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은 바람은 늘 가지고 있다. 예술가는 종교에 깊이 관여되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작업을 하며 그 무엇인가를 열정을 다한 다음 기진맥진 해서야 멈추는 그 순간 이미 카타르시스적 정화라는 종교적 형식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요구하는 예술이란 자체의 특성일 수도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홀로 떠있는 환상적인 바위섬 몽생미셸(Mont-Saint-Michel)수도원은 연간 수백만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영성을 느끼게 하였다. 특히 성당안에서 어느 이름 모를 순례자가 부르던 아리아의 선율은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기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며 이번 여정이 여기오기 위해서 였구나 하는 강한 믿음을 느끼게 하였다.

처음 출발은 파리 기차역을 개조한 오르세미술관에서 본 인상파 화가들의 영감의 원천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했다. 새벽 초승달이 뜬 노틀담 사원을 뒤로 하고 동터오는 에펠탑이 가장 아름답다는 판테온에서 출발하여 인상파 화가들이 모여 그림을 그린 옹플레르에 도착 했다. 파리에서 출발한 세느강이 대서양과 도버해협이 만나는 파리의 첫 번째 해안 도시 옹플레르는 세잔, 르노와르,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중세 풍경이 남아 있어 화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시로 전체가 미술관과 갤러리, 공방으로 꾸며져 있다. 최근까지도 슬픔이여 안녕을 쓴 프랑소와 사강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자그마한 화랑에 낯익은 작품이 있어 들어가면 니키 드 생팔 같은 세계적인 작가 작품이 자연스럽게 놓여있고 쉽게 가격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술은 그냥 생활처럼 모두들 가깝게 느끼며 즐기고 있었다.

노르망디의 해안 바람을 느끼며 에타르트에 거쳐 도착한 몽생미셸은 중세 시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주요한 순례지로 꼽히는 곳이다. 709년 아브란슈의 주교였던 생 오베르(Saint Aubert)가 꿈속에 연속적으로 세 번 출현한 미카엘 대천사(생 미셸의 어원)의 명령으로 몽 통브(Mont-Tombe)에 예배당을 세운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966년 노르망디 공작이 이곳에 살게되면서 베네딕토회 수도원을 건설했으며,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다. 백년전쟁 중에는 수도원 아래 부분에 위치한 마을에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하여 19세기 들어 대규모 보수 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고, 1874년 역사 유적지(monument historique)로 지정되었다. 성당은 오늘날까지 만과 함께 빼어난 조화를 이루며, 시대를 초월해 건축학상으로 역사적인 업적에 꼽히고 있다.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로 몽생미셸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몽생미셸의 오래된 골목길을 지나야 바위산 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에 다다를 수 있다. 수도원 광장의 서쪽 테라스에서는 숨이 막히는 멋진 바다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구조적 배치는 이것을 건설한 봉건사회를 잘 보여준다. 가장 꼭대기에 신이 있고 그 아래 수도원, 광장, 상점과 주택이 배치되었다. 지금도 모든 것을 중세식에 근거하여 일상품을 제작한다.

예술가들에게 지금도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된 이유는 지평선 너머 강렬한 바위 산 위에 우뚝 솟구친 마법의 성 같은 이미지 때문이다. 특히 조수 간만의 차가 15m에 달해 시시각각 물에 잠기는 야간의 경치는 마치 천상의 세계 같은 모습이다.

변화무쌍한 하늘을 바다 한가위에서 느끼며 걸어들어간 몽생미셀 성당에의 기도처럼, 어둠 속에서 홀로 푸르게 떠있는 멀어져 가는 몽생미셀의 미카엘 대천사에게 파도소리를 들으며 또 한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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