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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평창올림픽 성공은 평화와 국익증진의 큰 기회

 

세계를 무대로 대한민국 체육인들이 잘하고 있다. 테니스 정현 선수의 투혼이 놀랍고 베트남을 열광시킨 박항서 축구감독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2002 월드컵대회의 감격을 기억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 응원은 스포츠의 촛불혁명이었다. 월드컵 4강 신화는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더 큰 영광은 대한민국 국민의 단결과 화합이었다.

위기도 있었다. 2002년 6월 29일, 월드컵 폐막식을 하루 앞둔 날 북한은 서해 연평 앞바다에서 기습도발을 감행했다. 북한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포격해 해군장병 6명이 전사했다. 바다는 지켰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계획된 기습이었다. 나는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서 대통령 곁에서 이 긴급상황을 접하고 아연실색했다. 왜 이 시점에 북이 도발을 감행했을까? 월드컵 남은 일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대중 대통령은 신중히 대응했다.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전국에 대비태세를 하달했다. 북에 대해 엄중경고와 항의했다. 당시에는 군사핫라인이 살아 있었다. 북의 반응은 신속했다. “계획적 고의적인 것 아니라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고다. 유감스럽다.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긴급전통문으로 보내왔다. 더 이상 사태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미연합사는 북의 상급에서 도발 지시 징후가 없고 휴전선은 평온하다는 보고를 했다. 북의 의도와 해명에 의심이 갔지만, 정부는 냉정히 대처키로 했다. 월드컵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고 이후 북은 전통문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우리가 이때 보복 공격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월드컵은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서해에서의 충돌이 휴전선으로 확전되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이다. 서로 총을 겨누고 전쟁불사를 외치면서도 1953년 휴전 이래 지금까지 전면전을 피해 왔다. 우리는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제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이 며칠 앞이다. 연초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한 후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의 의도가 어떠하건 우리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북한은 합의를 잘 뒤집는다.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응원단이 대거 내려오지만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이 생길 것이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북한의 평창 참가를 위해 애를 많이 써왔다. 북한의 참여로 평창올림픽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었고 국제적인 주목과 흥행도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회기간과 그 이후까지 그동안 꽉 막혔던 남북대화, 미북대화의 기회도 조성될 것이다. 우리는 작년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 시험과 추가 핵실험으로 미국 대통령이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엄습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러 차례 국면전환의 터닝포인트를 예견하고 올해에는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터닝포인트가 평창올림픽이다. 평창의 성공은 이어져야 한다. 평창 이후가 더 중요하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와 접촉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

전쟁위협을 없애고 한반도 안정을 관리해 나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경제번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마침 2년 뒤인 2020년에는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그 2년 뒤에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일본도 중국도 한반도 안정을 원하게 되어 있다. 북이 더 이상 무모한 도박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국제 협력을 통해 유도해 나가야 한다. 튼튼한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은 필수이다. 이 기반 위에서 적극적인 대화 협상을 우리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그 기회를 맞고 있다. 2002년 응집된 국민의 염원과 단합이 월드컵을 성공시켰듯이, 2018년 평창에서 대한민국의 실력과 의지를 보여주자.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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