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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불씨를 잘 다스려야

 

며칠 전 평택 통복시장에 큰 불이 났다. 불은 시장입구 쪽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에서 시작됐으며 인근 점포 두 곳으로 옮겨 붙었다.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1층 뻥튀기 집이 발화지점이라고 했다. 기존 건물에 샌드위치 판넬로 증축한 구조여서 유독성 연기가 심했다.

큰 인명피해가 없어 불행 중 다행이다. 건조한 날씨에 춥다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날도 얼마나 추운지 소방호스에서뿜어져 나온 물이 그대로 대로변에 얼어붙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시장 안이지만 길이 뚫려있어 소방차 진입이 수월했고 소방관의 발 빠른 활약으로 더 큰 불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시간여 만에 큰 불은 잡히고 화재현장에 연기만 간간히 올려오고 있다. 한 숨 돌린 소방대원들은 이른 아침에 난 사고로 식사도 놓쳤는지 길가에 웅크려 앉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지친 모습으로 컵라면을 먹는 저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고 형제이며 이웃일거라는 생각을 하니 따뜻한 해장국이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모자에 장갑에 머플러로 꽁꽁 싸매고도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날씨에 불과 물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이들의 그을린 저 모습이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가까운 지인이 소방관 가족이다. 자다가도 ‘불이야’하고 뛰쳐나가기도 하고 경적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소방관이 생업이기도 하지만 자긍심과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사건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를 보고 목놓아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살면서 위험에 처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119이고 가장 빨리 도움의 손길을 주는 곳 또한 119 구급대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고마움을 잊고 산다.

재래시장은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다. 지금은 많이 정비하고 화재예방을 위해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따닥따닥 붙은 점포며 노후된 전선 그리고 춥다보니 이런저런 난방기구 설치로 인해 전기 과부하 등 많은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시장이기도 하다.

화재사고가 유난히 잦은 요즘이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의 잇단 화재로 귀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인재이고 예견된 참사라며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아도 실천하지 않거나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이번 평택 통복시장 화재의 경우도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누군가는 전 재산을 잃고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앉게 되고 절망할 것이다. 소문으론 세입자 중에 어렵게 일상을 꾸려가던 이도 있던 것으로 안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자다 불벼락 맞는 일인가.

누구도 내 안전을 책임져 주지는 못한다. 우리 곁에 119가 있다고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만이라도 내 가족과 내 주변과 내 일터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단속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화재와 재해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 하는 오만을 화재가 파고 든다.

건조한 요즘 불씨를 잘 다스려 안전하고 행복한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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