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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한살 한사발 ‘뚝딱’

설날 떡국엔 장수·풍요 등 상징 담겨
채소와 어우러진 나박김치도 주인공
항암성분 있는 무·대파도 한창 제철

 

김경희(자연요리연구가) 추천 2월 제철 요리

온 세상을 꽁꽁 얼려 버린 한파가 몰아쳤던 올해 겨울은 맛이 제대로 든 겨울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추위와 바람으로 무장한 동장군이라도 음력 정월에는 서서히 물러날 채비를 하는 법이다. 얼어 붙은 흙이 낮에는 녹았다 밤이면 얼고 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마치 극심한 산고를 겪은후 몸을 푸는 임산부와 같다. 얼고 녹는 몇날 며칠의 산고 끝에 비로소 포실포실해지는 흙의 모습을 보면 봄은 어느날 문득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물이 풀린다는 우수. 여전히 눈발이 날리기도 하고 얼음이 얼기도 하지만 낮에는 봄볕의 따스한 기운을 감출 수 없다. 혹한의 계절에서 온전히 비켜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월은 겨우내 동면하던 봄기운이 몰려나와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 다니는 시기다. 이달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들이 온 마을을 휘돌아 내리는 설날도 있다. 설날은 새날이라 새옷입고 새나이를 먹어 새로운 존재가 됐음을 나타내는 통과의례의 날이다. 또한 몸과 마음을 근신하고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웃어른과 형제간에 세배를 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명절이다. 어린 시절엔 설날 밤 야광이라는 귀신이 아이들의 신발을 신어보고 발에 맞는 것을 신고 가면 그 아이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신발을 감추고 일찍 자던 풍습도 있었다. 설날을 앞두고 무탈하게 한해를 보내기를 기원해본다.

■ 2월의 제철 음식 재료

설날 아침에는 온가족이 둘러 앉아 나이와 함께 꼭 먹게 되는 것이 떡국이다. 동전처럼 둥글게 썬 떡이 걸쭉하고 고소한 국물과 함께 그득하게 담겨진 떡국 한 그릇을 받으면 마음이 푸근해 진다. 흰떡은 백의민족의 깨끗함을 표상하고, 둥글고 긴 가래떡은 장수를 바라는 소망을, 엽전을 닮아 둥글게 썬 떡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새해에 먹는 음식으로 이보다 더 복된 음식은 없을 것 같다. 떡국은 담백하고 깔끔한 서울식 떡국부터, 닭육수로 맛을 낸 진하고 깊은 맛의 전라도식 떡국까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떡국과 더불어 풍성한 복이 깃들기를 소망하는 정월의 음식으로 만두를 빼놓을 수 없다. 복주머니처럼 통통하게 빚은 만두 역시 세상 어머니의 숫자만큼 레시피가 다양하다. 특히 설날은 작년에 담근 김치가 시어질 무렵이므로 우리 어머니들은 김치를 새로 담그기도 했다.

설날 김치의 주인공은 개운하고 칼칼한 맛을 내는 나박김치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설 상차림에 시원한 국물과 아삭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진 나박김치가 빠지면 설 상차림이 왠지 허전할 정도다.

봄이 일어선다는 입춘과 봄비가 내린다는 우수가 든 달이지만 중부지방에는 칼바람과 눈보라가 씽씽 날리기 일쑤다. 그래도 멀리 남쪽 지방으로 부터 봄이 살금살금 영역을 넓혀 오는 달이기도 하다.

우수가 지나면 양지 바른 땅에서 냉이와 쑥도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월동하는 식물들에 파릇한 물이 들기 시작하고 남쪽지방의 동백꽃과 매화가 꽃잎을 살짝 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봄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한다. 봄 제철식재료가 나올 때까지 지난해 봄과 가을에 말려 놓은 취나물, 고사리, 곤드레, 가지, 호박, 고구마순, 시래기 등 묵나물을 푹푹 삶아 반찬으로 된장국으로 나물밥으로 먹는다.

그러나 제주를 비롯한 남쪽에서는 추운날에도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 제법 나온다. 제주의 월동무와 진도와 해남의 봄동과 대파도 한창 맛이 있을 때다.

무는 대파와 마찬가지로 니코틴이나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고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혈관의 청소부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을 청소하고 거담작용을 하므로 몸 점막의 병을 고치는 약이기도 하다

또한 무에는 MTIB라고 하는 항암성분이 야채중 유일하게 들어 있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한다. 아울러 무청은 폐암 발생률을 줄여 주는 베타카로틴이 많다고 하니 참으로 고마운 채소가 아닐 수 없다.

무는 생으로 먹는것 보다 햇볕에 말리면 철분과 비타민 칼슘성분이 훨씬 많아지므로 무말랭이나 시래기로 만들어 음식에 응용하는 것이 좋겠다.

무는 알카리성 식품이므로 육식의 일상화와 인스턴트음식으로 산성화돼 가는 현대인의 몸을 중화 시키는 명약이다.
 

 

 


2월의 국물 음식으로 역시 시래기된장국만한 것이 없다.

대파는 몸에 들어온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역활을 하고 혈관을 청소하고 혈압을 낮추는 등 훌륭한 약성을 가지고 있다. 대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로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암으로 부터 우리몸을 지켜 나가야겠다.

육지에는 서서히 봄소식이 들리는 시기지만, 바다는 아직 수온이 한창 차다. 2월 중순은 훌쩍 지나야 겨울철 해산물과 봄철 해산물이 교대가 하나 둘 이뤄진다. 2월 중순까지 대구가 아직 철이고 물메기, 꼼치, 삼세기의 철도 완전히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월 하순이 되면 겨울산란을 위해 우리 연안을 찾았던 겨울생선들이 조금씩 제맛을 잃거나 먼 바다로 이동을 시작한다. 그 자리를 봄이 제철인 해산물이 차츰 맛있어진다. 봄산란을 앞둔 참조기가 가장 맛있을 때이고, 아귀도 봄 산란을 앞두고 한창 맛이 들어 있다. 홍합도 4월 산란을 앞두고 붉은 속살이 탐스럽게 차 있어 2월의 제철밥상에 올리기에 제격이다. 울진의 대게도 한 겨울에는 살이 절반도 차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2월이 돼야 살이 다 찬다. 그리고 한겨울 강원도의 덕장에서 황태를 거두는 시기 또한 2월이다. 물론 덕장에서 말린 햇황태를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온숙성고에서 서너 달은 숙성시켜 6월 무렵부터 그 해에 말린 황태를 선보인다. 봄 산란을 앞두고 살이 꽉 차서 쫄깃쫄깃하하고 차진 맛의 홍어와 동해에서 잡히는 참송어등도 이 계절의 별미이다.

■ 레시피

▲ 떡국

● 재료 : 떡국떡 4컵, 양지머리 300g, 산적용쇠고기 100g, 달걀 2개, 김 1장,실파 반 줌, 대파 1/2대, 국간장 1큰술, 마늘 3쪽, 양파 1/4개, 참기름 약간, 편육 양념, 국간장 1큰술, 마늘 1/2큰술, 설탕 1/2작은술, 다진파 1큰술, 참기름 약간, 후추가루 약간


● 순서

양지머리는 찬물에 1시간정도 담가 핏물을 뺀뒤 끓는 물에 통마늘,대파,양파를 넣고 1시간30분 정도 끓인다음 저민 생강을 2~3쪽 넣어 30분간 더 끓인후 고기는 건져 내고 국물은 식혀서 체에 밭쳐 따로 둔다.

삶아 낸 양지머리는 웃기용으로 납작하게 편육으로 썰어 둔다.(고기는 결의 반대로 썰어야 육질이 부드럽다) 육수가 6컵정도 나온다. 떡은 물에 씻어 10분정도 담가 부드럽게 불린 후 건진다.

산적용 소고기를 5cm길이로 도톰하게 잘라 고기 앞뒤로 잔칼질을 한 후 양념에 주물러 재워 둔다음 실파도 손질하여 쇠고기와 같은 크기로 썬다. 꼬지에 쇠고기와 실파를 번갈아 꽂은 뒤 기름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지져 낸다.김도 구워 부순다.

볼에 달걀 노른자와 흰자를 섞어 고운체에 걸러 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얇게 부쳐 돌돌 말아 가늘게 채썬다.(황·백 지단 부쳐 골패모양으로도 함)

냄비에 육수 6컵을 붓고 소금1작은술과 국간장2작은술을 넣어 끓으면 떡국떡을 넣는다. 떡이 국물위로 동동 떠 오르면 한소끔 더 끓인 후 그릇에 담고 파산적을 꼬치째 두어 쪽 얹고 달걀지단, 김 등으로 장식한다.

★TIP 파산적은 움파를 써야 맛있다.
 

 

 

 


▲ 나박김치

● 재료 : 배추 1/2포기, 무 1/3개, 당근 1/6개, 미나리 5대, 쪽파 3대, 청·홍고추 1개씩, 사과·오이 1/4개, 배 1/8개(잣을 넣기도 한다), 나박김치 국물(미지근한 생수 7컵, 고운고추가루 3T, 마늘즙 4T(양파즙을 넣기도 한다), 배즙 3T, 매실즙 1T, 생강즙 1t, 소금 1~2T, 까나리액젓 약간)



● 순서

배추와 무, 당근은 깨끗이 씻어 0.3cm두께에 사방 2cm크기로 사각형 모양으로 나박 썬다.

쪽파 미나리는 다듬어 씻어 건져 물기를 탈탈 털어낸뒤 2cm길이로 썬다.고추는 얇게 어슷 썬 후 씨를 턴다. 사과는 껍질째 사방 2cm 크기로 썬다. 오이는 가운데 씨 부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사방2cm크기로 나박 썬다. 배도 사방 2cm크기로 나박 썬다.

분량의 생수에 고추가루를 넣고 10분 정도 지난 후에 면보에 걸러 고추물을 낸다. 여기에 마늘즙, 생강즙, 배즙, 매실즙, 까나리액젓을 넣어 섞은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통에 배추, 무, 당근, 사과, 배, 오이를 담고 재료들이 잠길 만큼 국물을 살그머니 부어 섞는다. 마지막으로 쪽파, 고추를 넣어 완성한다.(미나리는 김치가 익은 후 넣는다.)

★TIP 1. 일반김치와 나박김치는 소금 넣는 순서가 다르다. 2. 김치를 버무릴 소금을 넣으면 배추와 무가 국물밑에 가라앉고,김치를 버무린 후 소금물을 부으면 배추나 무가 국물 위로 동동 뜨는 나박김치가 된다. 3. 김치 국물을 만들때 반드시 미지근한 물을 써야 빨리 익고 익은 후에 찡한 맛이 난다.

 

■ 김경희 약선 자연요리 연구가 프로필

- 인천대, 관동대, 상지영서대 약용식물

발효자연요리 강의

- 가회한정식 운영 - 전통장 아카데미 원장

- 김경희의 쿠킹스쿨 원장

- 약용식물하남시교육원장

- 반찬카페 미담스튜디오 대표

- 한식조리기능사(다락원) 집필

/정리=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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